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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솔 Oct 21. 2021

나의 몸이 이상하다.

갑자기 찾아온 부정맥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일들만 펼쳐질 것 같은 고등학교의 입학했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학교에도 금방 적응하며 나름 재미있고 행복한 고등학교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은 반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같은 친구들과 9년 동안 같은 교실에서 생활을 했었기에 당시 고등학교에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신선한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등교를 위해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몸이 평상시와 다르게 아주 많이 무거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피로감이 몰려오고 호흡도 별로 좋지 못했다. 당시에는 건강이 안 좋았던 적이 거의 없어서 아프다는 것에 굉장히 익숙지 않는 상태였기에 나의 몸상태에 대해서 크게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냥 괜찮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버스를 타고 등교를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렸고 친한 친구와 만나 같이 학교까지 걸어가던 중 갑자기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슴에 손을 대보니 내 심박수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뛴 적은 처음이었고 심박수가 빨라짐과 동시에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너무 당황했지만 나는 성격상 웬만해서는 아파도 절대 아프다고 먼저 말하지 못하는 미련한 스타일이었기에 친구 앞에서 태연한 척하며 등교를 계속했다.



그런데 강원도 학교는 왜 이렇게 죄다 산속에 지어놨을까.. 우리 학교까지 가는 길은 꽤나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있었고 나는 식은땀까지 흘리며 어찌어찌 가쁜 숨을 넘겨 교실까지 도착했지만 나의 식은땀은 멈출 줄 모르고 속까지 울렁거려서 책상에 엎드려서 눈을 감고 있는 방법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침 조회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머릿속에서 계획을 하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 학교 끝날 때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평소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정확히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누가 나의 걱정이나 동정을 하는 것이 싫거나, 약해 보이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싫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게다가 당시에는 17살 4월 무렵.. 그야말로 처음 고등학교 들어가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련한 행동이지만 당시엔 그런 상황에서 친구들의 시선을 받으며 아프다는 말을 하는 것이 나에겐 너무 힘든 일이었다.

정말 죽을 것 같이 아팠지만 참고 참다가 다행히 아침 조회 때 담임선생님께서 식은땀이 나고 얼굴이 창백해진 나를 보고 이상함을 감지하셨다.



담임선생님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주셨고 나는 이 기회를 살려 보건실에 가서 누워 있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막상 보건실에 가려고 일어서니까 보건실이 이렇게 멀었나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보건실까지 걸어가는 그 길이 굉장히 험난했다. 어찌어찌해 보건실에 도착해 보건 선생님과 마주했는데 보건 선생님이 나의 창백해진 얼굴을 보고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여 바로 응급실로 나를 데려가 주셨다. 그게 바로 내 인생에 첫 응급실이었다. 나는 속으로 아니 무슨 내가 응급실까지 와서 누워있나라고 생각했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병원 의사들은 때로 몰려 나의 모니터를 보며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그들만의 대화를 나눴다.



내가 응급실에 찾아온 이유는 심장질환으로 인한 부정맥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정맥이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증상을 말하는데 이 부정맥이라는 것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흔히 있는 질환이다. 그렇지만 부정맥에도 지켜봐도 되는 양성 부정맥이 있는 반면 한시라도 빨리 조치를 하지 않으면 언제 심정지가 올 지 모르는 핵폭탄 같은 악성 부정맥이 있다. 운이 좋지 않게도 나는 부정맥 중에 가장 위험한 부정맥 중 하나인 심실빈맥이 온 것이었다.



심실빈맥 : 심실빈맥은 정상적이며 규칙적인 맥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심실 안에서 마치 불꽃놀이를 하듯이 매우 빠른 전기신호가 반복되면서 그 결과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박동을 하게 되어 매우 불안정한 맥박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혈액 순환이 적절하게 유지가 안 되면서 어지럽거나 심하면 의식을 잃게 되고 흔히 이야기하는 심장발작 혹은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부정맥이다. 



당시 나의 심박수는 180 ~ 190 사이로 아주 빠른 빈맥(빠른 심박수)이 일어나고 있었고 응급실에서는 아주 분주하게 나의 몸에 이것저것 장치를 달고 산소호흡기를 끼워주고 피를 몇번씩이나 뽑으며 검사를 진행했고 그러던 도중 엄마 아빠가 나와 비슷하게 창백한 얼굴색을 보이며 응급실로 급히 달려오셨다. 

응급실에 처음 방문하자마자 내가 심장이 안좋게 태어났다는 말은 했지만 당시에는 정확한 병명을 알거나 하지는 못했다. 심장 뿐 아니라 병원에 온 것자체가 거의 없었던 나였기에 나의 병명에 대한 지식이 무지했던 상황이였다. 



부모님이 오셔서 의사는 그제서야 나의 병명을 들었고 강원도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이였지만 당시 실제로 나의 병을 직접 봤던 의사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은 그렇게 계속 흐르고 있었고 먼저 심박수를 낯추는 약을 주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심박수 변화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고 결국 제세동기로 전기충격을 실시하였지만 그래도 정상 심박수로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서울에 있는 큰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하기로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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