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선천성 심장질환 엡스타인 기형
100명 중 1명.. 태어날 때 심장에 구조적 이상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는 1%이다. 선천적으로 심장의 결함을 가지고 태어나는 이유나 원인에 대해선 너무 방대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같은 선천성 심장질환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심장에 구멍이 생기는 심실, 심방중격 결손과 같은 질환처럼 비교적 간단한 수술(심장수술은 모두 어려운 수술이지만 심장수술 중 난이도가 가장 낮은 정도)로도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있는 반면 태어날 때부터 아이가 제대로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위급한 질환이 있다.
그렇다. 나는 선천성 심장질환 환자이다. 요즘은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아이의 기형 유무를 알 수 있지만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나는 태어나고 나서도 심장에 문제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진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 부모님께서 이 소식을 들었던 건 내가 태어나고 나서 6개월 정도 이후. 당시 나는 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었고 감기로 착각한 엄마는 근처 병원에 찾아가 진찰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진료를 본 의사가 청진 후 아이의 심장소리가 조금 이상하다면서 3차 병원에 검사를 권유하였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고 난 후 나의 병을 알 수 있었다.
아주 희귀한 질환이라 현재는 수술이 불가능합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의사에게 들었던 말이었다고 한다. 병명은 엡스타인 기형 우리 심장에는 4개의 판막이 존재하는데 그중 삼첨판막이라는 판막의 위치가 정상인보다 끝 쪽으로 쳐지면서 심방, 심실이 확장이 되고 심장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을 말한다. 이 엡스타인 기형의 발생률은 신생아 20,000명 중 1명으로 확률로 따지면 0.05%이고, 선천성 심장질환 환자 중에서도 약 0.5% 정도 확률로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이 말도 안 되는 확률에 내가 당첨이 된 것이다. 부모님은 망연자실했고 심지어 수술도 안되고 현재로써 마땅히 손을 쓸 수도 없어 지켜볼 수밖에 없는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냥 두고 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불행 중 다행이라면 현재는 별 문제없다는 것이다. 보통 엡스타인 기형의 환자는 성장하면서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와 태어나자마자 문제가 있는 경우 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태어나자마자 문제가 있는 환자의 케이스는 예후가 매우 좋지 못해 사망률이 매우 높지만, 후자의 상황은 아니었기에 조금 더 지내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에겐 형보다 내가 우선이었고 어린 시절 나는 남자아이 답지 않게 애교도 많고 말도 잘 듣고 특별한 어리광이나 말썽을 부리지 않는 아이였어서 더더욱 이쁨을 많이 받고 자랐다. 또 예상과는 다르게 몸 상태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했다. 그 흔한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잔병치례 하나 없이 아주 씩씩하게 자랐고 나는 어릴 때부터 심장이 안 좋게 태어났다는 것을 머리로만 인지했지, 너무 건강했기 때문에 실제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나의 문제는 고등학교 입학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