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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맘 Jun 04. 2021

엄마의 김치

'집에 갈 때 들러서 김치 가지고 가렴.'

퇴근길에 김치를 가지러 들르라는 어머니의 문자였다.




여든을 바라보시는 어머니는 지금도 자식들에게 손수 김치를 담아주신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직장생활을 한 나는 이 나이가 되었만, 김치를 담글 줄 모른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밖에서 먹는 밥이 많기도 하고 요즘은 김치 냉장고가 있으니 예전만큼 김치를 자주 담지 않으셔도 되는데, 어머니는 새로 담은 김치를 맛있게 먹는 자식들 모습이 좋아서 매번 김치를 담그시곤 한다.


며칠 전 퇴근 무렵 어머니께서 연락을 주셨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손주에게 김치를 담아 보내고 싶다며, 함께 장을 보러 가자고 하셨다.


"엄마, 힘드니까 이제 김치 그만 담가주셔도 돼요."

"내가 잠깐 힘들면 너희들 모두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잖니. 난 너희들 줄 생각만 하면 김치 담는 것 하나도 안 힘들다."

"게다가 우리 **가 서울에서 밥 먹을 반찬도 별로 없을 텐데, 할머니가 담아 준 김치가 있으면 얼마나 맛있게 밥을 먹겠니?"

"그래도 엄마 너무 힘드신데요...."

"괜찮아, 어서 가서 맛있는 배추 사 오자."


어머니를 모시고 시장에 갔다.

사려던 배추를 사서 나오려는데 어머니는 또 다른 채소를 자꾸 쳐다보신다.

"저 파는 얼마예요?"

"엄마, 파는 왜요?"

"**가 파김치도 잘 먹잖아."

"파김치도 좀 담아야겠다."


싱싱한 파를 보니 서울에 있는 손주가 생각나셨나 보다.

"엄마 파김치까지 담으려면 힘들 텐데요. 배추김치만 담아줘도 좋아할 거예요."

"파김치도 담아주면 더 맛있게 먹을게다. 서울서 혼자 밥 먹으려면 김치라도 여러 가지 있어야지."

어머니는 파를 여러 단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으셨다.


이제는 다 골랐겠거니 생각하고 코너를 돌아 나오는데, 어머니는 또 발걸음을 멈추신다.

"왜요? 뭐 잊으신 거 있으세요?"

"우리 **가 알타리 김치 좋아하는데, 저기 알타리 무가 싱싱해 보인다. 저쪽 한번 가보자."

어머니는 싱싱한 알타리 무를 보시고 막내 동생이 생각나신 것이다.

"너도 알타리 김치 먹지?"

"아니요, 전 알타리 김치 별로 안 좋아해요. 막내만 담아줘요."

우리 식구 먹을 것 까지 담으시려면 너무 힘들 것 같아 난 좋아하지 않는다고 살짝 거짓말을 했다.


자식들이 좋아하는 김치를 담기 위해 채소를 고르시는 어머니의 얼굴은 환하다 못해 주름까지 활짝 펴진 것 같았다.





한 가득 싣고 온 채소를 어머니 댁에 내려 드리는데 이걸 언제 다 담으시나 걱정이 되었지만, 어머니 말씀대로 몸은 힘드셔도 마음만은 기쁘시겠거니 위안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젊었을 때부터 아침잠이 없으셨던 어머니는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하셨다.

아마 어제도 자식들에게 줄 김치를 담느라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셨으리라.

일찍부터 담은 김치를 멀리 사는 손주와 막내딸에게 보내고, 가까이 사는 우리 것은 따로 챙겨놓으셨다.


"엄마, 저 왔어요."

퇴근 후 어머니댁에 들렀다.

어머니는 미리 준비해놓은 배추김치와 파김치를 주셨다.


"가지고 가서 저녁에 맛있게 먹으렴."

"네~, 우리는 엄마가 담아주셔서 맛있게 먹는데, 엄마가 힘들어서 어떡해요?"

"나는 괜찮다. 내 새끼들이 먹을 김치 담는 건데 조금 힘들면 어때? 하룻밤 자고 나면 금세 괜찮아져."

"고마워요. 엄마. 맛있게 잘 먹을게요."




집에 돌아와 먹은 어머니의 김치는 그 어떤 반찬보다 맛있었다.

제철에 미리 준비해 놓으신 마늘, 고추, 젓갈 같은 양념을 손수 손질해 넣으셨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세상에 하나뿐인 어머니의 사랑과 손맛이 더해졌으니 이 세상 어떤 음식이 어머니의 김치에 빗댈 수 있을까?


어머니의 김치를 먹으며 여든 나이에도 자식을 위해 김치를 담그시는 어머니 마음을 다시 한번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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