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이던 마음

작은 일기장

by 플루토

여러분, 안녕하신가.

건방졌다면 죄송합니다. 건방진 인사도 인사로 치부하면 어떡하겠습니까.

삐뚤한 심상으로 오늘을 잠깐 살았습니다.

저의 습관에 대해 잠시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기를 쓰곤 했을 때 그나마 성실히 하던 유일한 장점이었습니다.

일기의 첫마디를 ‘오늘은’ 자주 썼습니다.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이 오직 오늘만 사는 것처럼

오늘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였고 그 끝은 항상 후회와 반성으로 맺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습관은 아직 달라붙어 오늘은 이라고 쓸 뻔하였습니다.

매일 써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지다 보니 오늘 대신 다른 말로 갈음하려고 합니다.

안녕하다는 말로요. 솔직히 안녕하지는 못했습니다. 여전히 날은 춥고 시리고 매섭습니다.

조금 우울하였다 많이 공허하였다 조금은 무서웠다고 덜컥 겁이 났다가 끝내 잠들었던 그런 일상이었습니다.

이걸 다 합쳐서 안녕하다 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요.


당신의 하루는 어떠셨나요. 따뜻한 가족의 품과 따뜻한 집의 온기가 깃들었던 가요.

우울증의 단점으로는 나도 모르게 냉소적으로 변한다는 겁니다.

아 나는 결코 비난하고 싶지 않고 비난받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의 세계가 결코 아름답진 못하더라도 추해 지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낭만주의자처럼 그런 희망이나 소망이나 그런게 나에게 뚝 떼어가 버렸습니다. 희망이 없는 삶을 물으신다면 그게 지옥이지 않을까요.

미안합니다. 한 없이 염세적으로 변하는 것도 우울증의 단점 중 하나랍니다.

한 때는 이런 생각도 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냉소적이거나 처음부터 염세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그런 인간상이면 어쩌나 싶어서요.

아니면 모든 핑계를 우울증이란 허물 좋은 이름에 모두 갖다 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나를 비난하지는 말아 주세요. 욕심은 가득한 인간이지만 상처도 또 쉽게 받는 나약한 인간이었습니다.

부끄럼도 많고 생채기도 많은 부족한 사람말입니다.

한없이 약한 사람이라 이번 생애도 어려운가 봅니다.

바람이 붑니다. 한없이 시리고 쓰린 바람이 붑니다. 휘날리지 모를 바람에 잠시 서성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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