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그래픽스튜디오
디자인은 시각적인 것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도 포함한다는 개념을 배웠고, 지역 축제를 기획하면서 공영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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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그래픽스튜디오
김동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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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그래픽스튜디오는 이름에 걸맞게 공공 프로젝트의 디자인 작업을 많이 했어요.
시민청에서 시민기획단으로 일하면서 공익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한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망원정 축제’라는 지역 축제도 기획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대학교 때 디자인은 시각적인 것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도 포함한다는 개념을 배웠고, 지역 축제를 기획하면서 공영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공공의 영역에서 디자인을 하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디자인이란 말의 범위가 커서 그래픽으로 이름을 바꾸었고요. 관에서 하는 사업이나 디자인을 세련되게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고, 이런 고민이 이름에 묻어난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좁은 범위의 디자인을 넘어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망원정 축제는 꽤 컸던 것 같은데, 망원정 축제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지역 사람들이 모여서 문제점을 찾고,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커뮤니티 디자인을 배웠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망원동에서 지냈는데, 동네에 걸린 축제 포스터 디자인이 아쉬웠어요.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직접 연락했고, 다음 해에 기획단을 꾸려서 디자인을 포함한 축제 기획에 함께했어요. 첫 번째 주제는 핼러윈이었고, 피 흘리는 분장도 하고 아이들은 밤에 놀러 와서 랜턴을 들고 다녔어요. 두 번째 주제는 운동회였고요. 보통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에게 받아서 하는데, 직접 기획하니까 결과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또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 번은 ‘웨딩런’이라고 결혼식의 허례허식을 없애자는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쉽게 말하면 웨딩드레스를 입고 데모하는 거였어요. 규격화된 결혼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 거죠.
을지로는 언제 오신 거예요?
2019년 1월까지는 망원동에 작업실이 있었고, 을지로에 온 지는 1년이 조금 넘었어요.
을지로로 작업실을 옮긴 이유가 있나요?
을지로에 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집이 장충동이어서 가까운 데를 찾다 보니 이렇게 오게 됐어요. 2018년에 허리가 너무 아파서 운전을 오래할 수 없겠더라고요. 작업실을 을지로로 옮기고 지금은 걸어 다닐 수 있어서 좋아요.
을지로 어때요?
저는 일단 익숙한 동네라 좋죠. 인쇄소 골목도 있고 감리도 그냥 전화해서 바로 가서 볼 수 있고, 종이도 바로 사고. 장충동에만 20년 가까이 살았어요. 학교도 한양중학교 나왔어요. 골목골목에 재미있는 곳이 많아요. 동대문 평화시장도 그렇고 예전에는 사장님들이 다 나이대가 높았는데 요즘은 우리 또래도 많아요. 자연스러운 물갈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변화도 재미있어요.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었는지 궁금해요.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중학교 때 카트라이더 아니면 포토샵만 해서. 중학교 때는 취미로 하고 고등학교를 특성화고로 진학해서 어쨌든 진행이 됐어요. 난 이거 잘한다, 티 내니까 교내 경진대회나 이런 게 많았거든요. 포스터 만들어 달라 그래서 뽑고 학교에 또 플로터가 있었어요. 그걸로 출력도 하고.
작업실에 식물이 많아요. 식물을 좋아하시나 봐요.
망원동 작업실은 지하여서 식물을 안 키웠거든요. 키우면 난 무조건 죽일 거다. 그래서 난 조화를 살 거야 했어요. 먼저 조화를 알아봤는데, 조화도 똑같이 비싸요. 여기 와서 햇빛이 드니까 큰 화분을 많이 샀어요. 조화를 둘 바에야 그냥 살아 있는 거 키워서 죽여서 내보내자 해서 죽이고 있어요. (웃음)
아니, 엄청 잘 크고 있는데요.
큰 거 하니까 괜찮더라고요.
같이 일한 경험으로, 동규 씨는 업무가 있을 때 처음부터 기획을 안 했더라도 본질을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맞게끔 디자인해 주는 분인 것 같아요. 디자인할 때 먼저 신경 쓰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획서를 달라고 해요. 특히 기관에서는 내부 결재 문서들. 이 사업이 왜 하는 건지 어떤 의도로 시작하는 건지를 가장 먼저 봐요. 그것과 더불어서 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원하는 그림이 있다면 거기에 맞춰서 하고요. 관에서 하는 사업의 경우 민원이 들어올 것 같지 않은 전형적인 디자인에 맞춰지는 게 있어요. 그래서 학교를 다시 다닐까 싶기도 해요.
디자인을 더 배우고 싶어서요?
학구적인 거랑 대중적인 건 분명히 다른 것 같아요. 생각하는 게 굳는 것 같거든요. 디자인과 졸업 전시 보면 너무 재밌는데, 이런 건 클라이언트가 컨펌을 안 해줄 거예요.
동규 씨랑 작업하면서 가장 좋은 건 자꾸 굳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열려 있어서 좋아요. 디자인에 관해 의견도 나눌 수 있고, 아닌 건 왜 아닌지 설명해주고. 저는 디자인을 모르는 비전문가잖아요. 전문 영역을 믿지 못하고 자기의 취향을 우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동규 씨는 디자인 스킬을 활용해서 잘 설명해줘요. 고집이 세기도 하지만요. (웃음)
저도 제 스타일에 대한 고집이 있긴 있죠. 저도 취향이 있으니까. 때로는 클라이언트의 말이 맞을 때도 있어요.
지금까지 디자인한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뭐예요?
중학교 친구가 오르간을 공부하면서 연주회도 해요. 이 포스터를 만든 적이 있어요. 기존 포스터가 너무 별로인 거예요. 학생들이 하는 거라 그런지 전문적인 포스터를 만들 수도 없었나 봐요. 오르간이라는 악기가 생소한데, 생긴 건 건반악기면서 실제로는 관악기이고. 오르간은 똑같이 생긴 게 없대요. 오르간을 만드는 사람은 악기 장인이 아니라 건축가라는 말도 있고요. 연주회 공간의 천장도 디자인에 적용하고, 이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 괜찮은 오브제가 나왔어요. 독일 성당에서 열린 연주회였는데, 이 포스터를 만들고 연주회가 끝난 작년 9월에 독일을 찾았어요.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요?
을지로 관련한 계획은 아직 없지만 해 보고 싶은 건 매핑. 을지로의 상가나 카페는 많이 알려져 있는데 철공소, 샤시집, 인쇄소, 아크릴집 이런 게 궁금해요. 백화점에 가면 몇 층에 무슨 코너, 몇 층에 무슨 코너 이렇게 되어 있는데 그 정도 정리라도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직원을 한 명 구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혼자 일하는 데 물리적인 한계가 있고, 이걸 넘으려면 직원이 필요할 것 같은데 지금 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또 누군가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 관련된 스킬도 필요할 것 같고요.
취재 길수아 문지영 홍주희
글 & 편집 길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