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의 한계

by 재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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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발코니 문을 열어젖히며 나는 람보르기니남을 불렀다. 그 순간 홀 안의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네? 재미나씨? 무슨 문제라도?"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영화 속 용감한 여주인공이라면 지금쯤 그의 뺨을 때리고 당당히 걸어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발코니에...강아지들이...배고파 보여요."

모기 울음소리보다 작은 목소리였다.

"배고프다고요?"

그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배고프면 여기 카나페라도 드시지...그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그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별난 여자를 다 봤네.' 곧 파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되었다. 하지만 나만은 그럴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며칠간 그 눈빛들이 나를 따라다녔다. 철창 너머로 바라보던 그 절망적인 시선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날 이후 연락이 끊어진 것을 보면, 나는 이미 '그냥 회사원'이라는 카테고리에 영구히 분류된 모양이었다.

"저...거기 귀걸이를 두고 왔어요."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거짓말이었다.

"귀걸이요?"

"네, 소중한 건데...발코니 쪽에서..."

짧은 침묵. 그는 분명 곤란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했다. 마치 어떤 숙명을 받아든 것처럼, 그 아이들을 다시 보겠다고 매달렸다.

결국 청소 이모님이 계신 시간에 잠깐 들를 수 있다는 허락을 얻어냈다.

대망의 날, 나는 평생 처음으로 반차를 썼다. 택배로 주문한 애견 간식과 사료를 챙겨 들고 출근길과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야, 너 오늘 어디 가는 거야?"

동료가 물었다.

"세상을 구하러."

반쯤 농담이었지만, 반쯤은 진심이었다.


청소 이모님은 문만 열어주고 더는 묻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들고 온 가방을 힐끗 보긴 했지만, 별다른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주방에 있을 테니까 끝나면 문 닫고 가세요."

밝은 햇살 아래 드러난 사육장은 어둠 속에서 본 것보다 더 참혹했다. 나는 바닥을 대충 치우고 준비해 온 물과 간식을 주었다. 아이들이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목 부분이 빨갛게 헐어 있었다. 쇠사슬에 얼마나 오랫동안 묶여 있었던 것일까. 신문에서 본 도사견 사고 기사가 떠올랐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다행히 그들은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꼬리를 흔들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을.


"니 오지랖 때문에 결혼 못 하는 거야."

돌아와서 동료에게 이야기하자 그녀가 혀를 찼다.

"그건 착한 게 아니라 그냥 오지랖이야. 정신 좀 차려."

맞는 말이었다. 이것은 순돌이를 구하지 못했던 여섯 살 나의 죄책감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무력감이 만들어낸 강박일지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밤 나는 오랫만에 깊이 잠들 수 있었다.

그 후로 그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도 다시 핑계를 대고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동료의 말이 옳았다. 그 정도면 정신병이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세상은 여전했고, 그 아이들도 아마 여전히 그곳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하루만큼은 그들이 배불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나는 나 자신을 달랜다. 때로는 작은 위안이 전부인 날들이 있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다.


이 글은 주인공이 거대한 세상의 부조리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람보르기니와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의 무관심은 너무 견고해서, 평범한 회사원이 던진 작은 돌멩이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습니다. 동료가 말한 대로, 이것은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오지랖’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세상은 거창한 구원자들 때문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작은 '오지랖'이 모여 조금씩 나아가는 것 아닐까요. 주인공은 그날의 작은 행동으로 세상을 구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자신의 내면에 쌓여있던 오랜 죄책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행동은 타인을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행위였습니다.결국, 이 이야기는 불가능한 것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작은 위안을 찾아내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그 작은 위안이 거대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I didn’t change the world, but I softened one day in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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