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간 그의 아파트는 소문만큼 화려했다. 한강 조망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한다는 동료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생각했다. 이런 데 살려면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할까. 평당 2억짜리 펜트하우스에 대한 즐거운 상상으로 머릿속이 바빴다.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꽤 여러 곳을 기웃거리며 열심히 봐둔 것들이 있었다. 그럴싸한 가구와 세련된 조명, 미니멀한 공간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나는 딩동- 벨 소리를 들었다.
흰 와이셔츠에 면바지를 입은 그가 밝은 얼굴로 나를 맞았다. "어서 와요!" 곧이어 펼쳐진 펜트하우스의 광경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복도를 따라 바닥부터 천장까지, 1000원샵에서나 볼 법한 조잡한 플라스틱 조화들이 빼곡하게 벽을 채우고 있었다. 그 조화들 사이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봉제 인형이나 우스꽝스러운 장난감들이 띄엄띄엄 박혀 있었다. 거실로 향하자 충격은 더했다. 나는 흡사 고속터미널 상가에 있는 수입 장식 코너에 온 것만 같았다. 넓은 거실은 2층까지 온갖 잡동사니 장식물들로 어지러웠다.
방금 1000원샵에서 쇼핑을 끝내고 바로 고속터미널 상가로 넘어온 것 같은 이상한 경험에 나는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일본의 돈키호테도 여기보다는 잘 정돈되어 있을 것 같았다. 지독한 싸구려 방향제 냄새와 현란한 꽃들의 색에 모든 감각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나는 눈앞의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세상에...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어쩌면 그에게는 람보르기니와 펜트하우스가 삶의 전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에 채우지 못했던 욕망과 인정에 대한 갈증이, 나이가 들어 돈을 번 후에는 오직 물질적인 과시로만 표현된 것은 아닐까. 가장 비싼 곳에 살지만, 그의 내면은 1000원짜리 조화처럼 조잡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과 내면의 공허함, 그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빚어진 기묘한 풍경 같았다.
나의 충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코니에는 몇몇 손님들이 그 난장판 속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그가 나를 소개했다. “이쪽은… 재미나이 씨. 뭐 한다고 했죠? 그냥 회사원?”
순간, 나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래, 나 회사원이다. 너 뭐, 내가 입사할 때 커피라도 사줘 봤냐?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평당 2억짜리 아파트를 보러 온다고 주말 시간을 낸 내 속물근성에 대한 값비싼 대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집 발코니에서 보는 한강뷰는 나의 이런 마음을 잊게 해줄 만큼 너무나 아름다웠다. 꼭대기 위에서 보는 서울은 작은 불빛들이 반짝이는 놀이공원 같았다. 멀리서 보면 모든 게 아름답다는 말이 떠올랐다. 샴페인 잔을 들고 한강을 내려다보며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내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났다. 개 냄새?
나는 그 아름다운 광경과 어울리지 않는 악취에 놀라 옆을 쳐다보았다. 펜트하우스 발코니 구석, 어둡고 좁은 철장 안에는 두 마리의 도사견이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한때 수의사를 꿈꿨을 만큼 애정이 깊다. 제인 구달 선생님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강연회까지 찾아갔다. 이 깊은 애정은 아마 여섯 살 무렵 개장수에게 끌려간 우리 집 순돌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 자전거 뒤에 끌려가던 순돌이의 눈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그 무력감은 할머니가 ‘순돌이가 곧 죽을 병에 걸려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을 때조차 믿을 수 없었다.
나는 홀린 듯이 도사견들이 있는 철장으로 다가갔다. “윽, 뭐야?”
역겨운 개 비린내와 함께 치우지 않은 오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글의 핵심은 아름다운 한강뷰 펜트하우스에 숨겨진 '가장 추악한 것'을 발견하는 순간입니다. 람보르기니와 펜트하우스라는 화려한 가면 뒤에 숨겨진 것은 그의 조악한 취향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돈으로도 감출 수 없는, 생명에 대한 그의 태도였습니다.주인공은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자신의 '속물근성'을 부끄러워했지만, 결국 그를 향한 진짜 분노는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상실의 아픔이, 어른이 되어 마주한 부조리한 현실과 만나 격한 감정으로 폭발한 것이죠.
이 이야기는 결국 '빌런'을 찾아다니는 주인공의 시니컬한 연애담을 넘어섭니다.
돈과 성공이라는 허세 뒤에 숨겨진 잔인함을 발견하고, 그 앞에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비싼 곳에 숨겨진 가장 끔찍한 진실 앞에서, 주인공은 비로소 자신의 진짜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