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시트 위의 펜트하우스

by 재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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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를 타고 집에 온 날 나는 멀미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 미칠 것 같았다.

촌스러운 나는 도대체 왜 그 차를 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히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에게 그 슈퍼카는 기대이하였다. 돈이 많아도 절대 사지 않을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았다. 귀를 막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차를 입을 벌리고 멍하니 쳐다보는 사람들도 나는 분명히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다시는 그 차에 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의사는 다시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야근하던 어느날 밖에서 낯익은 시끄러운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설마...? 나는 창문을 내다보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람보르기니남이었다. 그는 차 앞에서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나에게 전화를 했다.

"재미나씨, 야근하시죠? 집에 모셔다 드릴게요."

그는 큰소리로 말했지만, 왠지 목소리에 어색함이 섞여 있었다. 뒤에서는 그 듣기 싫은 엔진음이 쉴새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중이었다.

"아...아니에요! 저, 저 외근하고 집이에요..."

"아, 그렇구나."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엔진 소리만 웅웅거렸다. 그러더니 그가 말했다.

"참, 이번주 토요일에 우리집에서 작은 모임이 있는데. 뭐 거창한 건 아니고..."

그의 목소리가 묘하게 단조로웠다. 마치 대본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어... 언젠데요?"

"토요일이요. 시간 되면 와요. 우리집 꽤 넓거든요."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뭔가 이상했다. 초대하는 사람치고는 따뜻함이 없었다. 마치 자신의 집을 전시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집에 혼자 사세요?"

"네, 혼자요. 조용하고 좋아요. 모든 걸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서."

그의 말투에 뭔가 서늘한 구석이 있었다.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 왜인지 불편했다.

욕망이란 무엇일까? 그 순간 나는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람보르기니가 단순한 허세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순수한 외로움도 아니었다.

뭔가 더 복잡한 것 같았다. '모든 걸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서'라는 그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보통 사람들은 집이 조용하다고 말하지, 모든 걸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20대의 순수한 욕망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함께하는 즐거움, 맥주캔 하나, 설레는 마음, 해변이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놓친 채 성공만 쌓아올린 사람에게는 뭔가 다른 것이 자리 잡은 것 같았다. 소통이 아닌 지배, 공감이 아닌 소유.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그 펜트하우스가 궁금했다.

하지만 속일 수 없는 나의 속물근성은 멈추지 않는 람보르기니의 엔진 소리처럼 내 마음속에서 굉음을 냈다. 평당 2억짜리 아파트의 펜트하우스를 향해,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처럼 스멀스멀 나를 감쌌다.

결국 나는 "그때 봬요"라고 말하며, 스스로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인정하고 말았다.


"야, 나 토요일에 XX아파트 펜트하우스 간다?"

동료에게 말을 건네자, 자판을 두드리던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경악과 호기심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우쭐한 마음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냥 그렇게 됐어. 내가 갔다 와서 얼마나 좋은지 생생하게 전달해 드릴게! 내 월급으로는 평생 못 살겠지, 로또가 당첨되기 전에는?"

싱거운 소리 다 듣겠다는 듯,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곧 나의 거울이었다. 나는 그 웃음 속에서 내 하찮은 현실을 다시 마주했다.

럭셔리한 파티에 가려면 보고서를 금요일까지 끝내야만 했다. 사이코 팀장이 조금 누그러들기는 했지만, 언제 또 그 성질을 드러낼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람보르기니의 요란한 엔진 소리를 뒤로하며,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았다. 눈앞의 엑셀 시트는 잿빛이었지만, 그 위에서 토요일의 화려한 파티가 벌써부터 춤을 추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손짓하며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빨리 와. 네가 보고 싶어 했던 바로 그 세계가 여기 있으니."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 부러워하는 게 뭘까? 람보르기니? 펜트하우스? 아니면... 그 모든 것을 가져도 여전히 누군가의 시선을 갈구하는 그 의사의 외로움?

어쩌면 나의 속물근성은 단순한 물질적 욕망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인정받고 싶다'는 가장 인간적인 욕구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람보르기니에 멀미를 하면서도, 펜트하우스가 궁금한 마음도,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와,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의사는 람보르기니로, 나는 '평당 2억짜리 집에 가봤다'는 이야기로. 방법만 다를 뿐, 본질은 같았다.

이 깨달음이 나를 자유롭게 해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슬펐다. 우리의 속물근성은 치료해야 할 병이 아니라,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의 서툰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주인공이 '속물근성'에 굴복하는 순간을 가장 솔직하게 쓰고 싶었다. 람보르기니의 굉음에 멀미를 느끼고, 그의 허세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주인공은 결국 평당 2억짜리 펜트하우스라는 거대한 유혹 앞에서 무너진다.이것은 단순히 주인공이 허영심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지독히 현실적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는 람보르기니의 불편함과 허세를 비웃지만, 동시에 그 차가 주는 권력과 시선에는 순식간에 매료된다.화려한 파티가 '엑셀 시트' 위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우리의 하찮은 현실과 닿을 수 없는 판타지는 언제나 공존한다. 결국 주인공의 속물근성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자신과 '로또가 당첨되기 전의 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갈등인 셈이다.

Desire promises freedom, but often delivers chains.
욕망은 자유를 약속하지만, 종종 속박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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