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니가 너무 물렁하고 순진하게 구니까 그런 남자만 소개시켜주는 거야!”
내가 만난 빌런들 이야기를 하며 긴 한숨을 내쉬자, 베테랑 주부인 내 친구는 한심하다는 듯 쏘아붙였다.
“좀 컴플레인도 하고 네가 원하는 걸 조목조목 말해! 돈이 한두 푼이니?”
그녀의 연설은 나를 한껏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조언에 따라, 나는 생전 처음 전화로 컴플레인을 시도했다. 평소 인터넷 쇼핑도 귀찮아서 반품 없이 그냥 쓰는 심플한 나에게, 이렇게 따지는 건 큰 용기와 귀찮음을 감수해야 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재미나이님, 죄송해요. 이번엔 정말 확실하고 좋아하실 만한 분을… 횟수 차감 안 하고 특별히 해드릴게요!”
컴플레인이 효과를 봤는지, 처음 상담했던 매니저까지 전화로 사과하며 “완벽한 소개팅”을 약속했다. 글쎄… 내가 원하는 게 조건 더 나은 남자일까? 이쯤 되니 돈과 스펙이 아닌 진심을 원한다는 걸 분명히 알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그걸 어떻게 설명하나? 나는 한숨을 내쉬며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쫓지만, 진짜 필요한 것은 잃는다.” 조지프 캠벨의 이 구절이 내 심정을 찔렀다.
“죄송합니다. 수술이 너무 많아서요.”
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나타나 살짝 미소를 지었다. 서울 시내에서 “무려” 3층짜리 병원을 운영한다는 그는 나이 들었지만 스마트 캐주얼로 멋지게 차려입었다. 와, 이 병원장, 첫인상은 합격이네.
“배고프죠? 여기 있는 거 다 먹어도 되는데… 에피타이저 이거저거 다 주시고요!”
메뉴판을 공격적으로 훑으며 온갖 요리를 주문하는 모습은 마치 먹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저, 저는 밥 먹고 와서 이렇게 많이 안 먹어도 되는데요?”
“아? 그래요? 맛만 봐요. 전 배고파서요.”
한 끼에 이 비싼 식당에서 이렇게 많이 시키는 모습이 부럽기만 했다. 그의 먹부심 쇼가 끝나자, 그는 서울 시내 드라이브를 제안했다. 벚꽃이 만개한 저녁,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난 차는… 내가 이름만 들어본 람보르기니였다.
창피했다. 누군가는 위로 열리는 문이 멋지다고 할지 모르지만, 호텔 앞에서 ‘부아앙’ 소리를 내며 사람들 시선을 끄는 차를 타는 건 신나지 않았다. 슈퍼카라고 해서 뭐가 다를 줄 알았는데, 좌석은 불편하고 엔진 소리는 대화를 삼켜버렸다. “화려함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말이 딱 맞았다. 불편한 좌석에 앉아 엔진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때, 차 앞을 지나가던 경차 한 대가 그렇게 아늑해 보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귀를 막고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에, 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 남자, 진짜 감성은 어디서 오는 거야?
그의 화려한 쇼는 병원, 먹부심, 람보르기니로 이어졌지만, 내 다크서클은 점점 더 깊어졌다. 이건 연애가 아니라 퍼포먼스잖아. 나는 따뜻한 침대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이 그리웠다. 내가 원하는 건 이런 화려함이 아니라, 그냥 조용히 밥 먹을 사람인데…
결혼 시장에서 만난 그는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마치 '인생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서울 시내를 울리는 람보르기니의 굉음, 한 끼 식사에 쏟아붓는 과시적인 '먹부심', 그리고 피곤한 표정 뒤에 숨기려 했던 완벽한 이미지까지. 이 모든 것은 그가 얼마나 화려한 삶을 사는지 증명하는 증명서였다.하지만 나는 그의 쇼를 보며 감탄하는 대신, 불편함과 피로를 느꼈다. 그 화려한 무대 뒤에는 정작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조용히 밥 한 끼를 먹는, 평범하고 따뜻한 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진짜 '나'는 가면 뒤에 숨어버린다.결국 나는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의 화려한 람보르기니가 아니라, 그 차 앞에 있는 아늑한 경차처럼 편안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 글은 그에게서 받은 값비싼 '인생 퍼포먼스'가 아니라, 내가 가장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의 증명서다.
“I didn’t need fireworks. I just needed someone who’d pass me the soy sauce.”
나는 화려한 불꽃쇼가 아니라 간장을 건네줄 사람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