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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 제니 Apr 14. 2021

옛날 사람 인증

호치께쓰와 개떡

나는 평일 저녁에 헬스장에서 인포데스크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여자 트레이너 선생님이 어떤 서류를 만지작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쌤! 호치께쓰 거기 있어요?”

“응?? 호치께쓰? 음... 여기 없는데? 누가 썼나 봐요. 그쪽에 없어요?”

“아! 여기 있다! 감사합니다~”


호치께쓰. 나에게는 익숙한 단어지만 어쩐지 한동안 이 단어를 못 들어봤던 것 같아서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내 나는 피식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쌤~ 옛날 사람 인증했네요!”

“네? 왜요?”

“호치께쓰래” 키키

“네? 호치께쓰가 왜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호치께쓰라는 말 잘 안 쓰지 않나?”

“그럼 뭐라고 불러요?”

“스테이플러라고 하지 않아요?ㅎㅎ”

“아!! 스테이플러!! 맞네!... 아~ 창피해...”

“아니, 나는 호치께쓰가 더 익숙하긴 한데 왠지 엄청 오랜만에 들어봤어요! ㅎㅎ”

“아 쌤~ 호치께스 그만 말해요,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요. 쉿!” ㅎㅎㅎ




그리고 다음 날.

퇴근하면서 호치께스 쌤과 다른 여자 쌤에게 인사를 건네며 물었다.


“쌤들도 저녁 드시긴 하죠?”


그러자 호치께스 쌤 아닌 다른 여자 쌤이 한껏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오늘 배떡 먹었어요!”

“개떡?”(귀가 왜 이런지...)

“배떡이요! 배떡 아세요?”

“아!! 개떡 알죠!! 나 개떡 진짜 좋아해요!! 쑥으로 만든 거!! 쑥쑥!! 그거 완전 맛있잖아!!”

“네? 아, 아뇨 쌤~ 배떡이요. 배달 로제 떡볶이...”


아... 젠장... 그냥 퇴근할 것이지 이 망할 놈의 다정함은 왜 튀어나와서 식사할 건지 물어봤을까!

호치께스 쌤이 호탕하게 크게 웃으셨다. 나는 마스크를 하고 있었음에도 이마까지 달아오르며 빨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쑥을 몇 번이나 외치며 진짜 좋아한다고 크게 흥분했을까? 나는 그 순간 정말 개떡이라고 들었고, 말랑말랑하고, 쑥내음이 가득한 개떡이 마치 눈 앞에 놓인 것처럼 신나게 떠들었다.


80년대 사람과 90년대 사람 사이가 이렇게나 멀었단 말인가.

쑥을 외치며 한껏 상기되어 방긋 웃던 내 모습이 나름 귀여웠을 거라 자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개떡. 너무 먹고 싶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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