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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앤 Aug 22. 2023

타이베이 라떼 시대

대만 생활

나는 한국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교육자이다. 어느 날, 남편이 '나 대만으로 발령이 날 거 같아'라고 말하며 내 인생의 대격변이 시작되었고, 나는 아이 둘을 국제학교에 보내는 주재원 부인이자, 타이베이의 한 대학교에서 한국어 전공 강의를 하게 된 외국인 노동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중국어를 하나도 모르는 데에도 대학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 것은 큰 축복이지만, 동시에 중국어도 모르는데 중국어로 된 문서를 읽으며, 알 수 없는 인트라넷에 강의계획안도 입력하고, 나중에 성적도 입력해야 할테고, 중국어로 된 업무를 계속 봐야 하는...도전적인 축복의 나날이 시작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수학을 못해서 대학을 못 가는 애는 있어도, 영어를 못해서 대학을 못 가는 애는 없다'는 편협한 생각으로 아이의 영어 학습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은 불량 엄마로서, 국제학교에 다니는 애들을 서포트해야 한다는 또다른 도전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주재원 부인'을 하고 돌아온 친구가, '아니, 너 왜 거기까지 가서 일을 하고 그래?'라며, '대충 하다가 그만 둬~~'라고 하며 주재원 부인 생활의 고달픔을 역설했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나에게도 큰 의미가 되는 일이라... 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볼 작정이다.

여기에 하나 더... 대만에서 간체자 대신 번체자를 사용해 읽을 수 있는 한자가 보이는 것은 다행인 일이나, 문맹이자 벙어리로 계속 살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초급 중국어 학습자도 시작해 보기로 했다.

남편을 회사에 빼앗긴 두 아이의 엄마이자, 대학 교수 타이틀의 외국인 노동자, 동시에 중국어 학습자... 뭐 하나도 녹록해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나 시작해 보고자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나만의 라떼(나 때)가 있는 법이야.
그 시절의 라떼를 뺀다면 어찌 지금의 내가 있겠냐!


 2023년 5월 20일 방송된 SBS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3' 방송 장면 ⓒSBS


마침 한국을 떠나기 전 한 드라마에서 사부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나만의 라떼가 있고, 그 시절의 라떼를 뺀다면, 어찌 지금의 내가 있겠냐고.


동감한다. 몇 년이 지나... 나 때는 말이야~~라고 타이베이 시절을 멋지게 추억할 나를 꿈꿔본다. 그리고 그 기록을 브런치에 차곡차곡 담아 독자들과 나눠보고 싶다. 고작 한 달 머물렀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타이베이 라떼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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