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퓨처스톤> 4화.강등 방지 알고리즘

by 이카이카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나간 일을 떠올리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기 시작한 때가 있었다.


역사학자들은
어느 순간 사회에서 사라졌다.
박물관은 시민 접근이 불가능한 보안 구역이 됐다.


사람들은 비공개적으로,
아주 가끔 예전 일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구시대적인 행동으로 취급된다.


공식적으로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는 유일한 통로는
퓨처스톤의 ‘아고라’ 시스템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고라를 통해
과거를 검색하지 않는다.


왜냐고?


과거 검색 이력은 모두 공개된다.

누가 언제 어떤 키워드로

무슨 맥락의 과거를 찾았는지—
모두 로그에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전 시민 열람 가능이다.


“과거를 검색한 인간 = 미래를 포기한 인간”


이 공식은 이제 통계적으로도 입증됐다.
연속 검색 3회 이상 시민 중
84.7%가 레벨 1.0 이하로 추락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요컨대,
과거를 생각하는 건 루저의 증거다.

...어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도 못하는 루저,
술 마시고 헛소리 포스팅 올린 뒤 후회하는 루저.
맞다, 나다.



눈을 뜨지 못하고
한참을 눈 감고 누워 있었다.
그런 나를 깨운 건 퓨처스톤의 알림 시퀀스였다.


[레벨이 0.020 강등되었습니다]
[레벨이 0.001 추가 감점되었습니다]
[레벨이 0.003 누적 반영됩니다]
[레벨이... 레벨이... 레벨이...]


“...하, 젠장.”


내 미래가
눈앞에서 삭감되고 있는데,
알코올의 마법 덕분에
눈꺼풀은 시스템보다 느렸다.


몸을 겨우 일으키려는 순간,
마지막 경고 알림이 출력됐다.


[개발자께서 당신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레벨 강등 금지 알고리즘을 가동했습니다]


“...뭐야, 이거... 개발자가 갑자기 후견인 모드냐?”


고맙긴 하다.
이 알고리즘이 없었다면
나의 레벨은 하한선 없이 계속 깎였을 것이다.


하지만...
천장이 아직도 빙글빙글 돈다.




[지난 8시간 동안당신의 레벨은 총 0.53 하락했습니다]
[과거를 잊고 새롭게 출발하세요]


“네, 네~ 개발자님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 이건 거의 레벨 환율 붕괴다.

0.53이면,
내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십 년 가까이 모아 온 레벨을 통째로 날린 셈이다.

하룻밤 사이에 내 미래는 반 토막이 났고,
이제 나는 하루 이후의 미래도 볼 수 없는
하루살이보다 못한 인간이 되었다.


그때 강호에게서 통화 요청이 왔다.


퓨처스톤의 통화 알림은
레벨에 따라 빛의 수와 분리도가 달라진다.

레벨 2 이상은 RGB 분리형 점멸이 가능하고,
레벨 1 이하인 내 디바이스는 단일 푸른빛만 희미하게 점멸한다.

그마저도 거의… 전구색 LED가 깜빡이는 수준.


나는 망설이다가
검지를 퓨처스톤에 갖다 댔다.
망막이 약간 반응했고,
곧 강호의 얼굴이 시야에 투명하게 떠올랐다.


퓨처스톤4화.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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