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기가의 세월

by 이카이카

노트북 파일 정리를 하다가

잊고 있었던 폴더 하나를 열었다


그 안엔

쓰다 만 기획서 지우지 못한 편지

내가 나에게 썼던 시 몇 편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후방주의”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기억 하나

“새 폴더 (2)”

급하게 저장해 둔 누군가의 얼굴

"Untitled"

열지도 못한 꿈의 조각


Delete를 누르지 못하고

결국 새 폴더를 또 만들었다

“20250701”


모든 걸 옮기고 나니

용량은 113기가


나는

그만큼 살아온 걸까

아니면 그만큼 망설여온 걸까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 다시 열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새 늦은 밤이 되어

노트북을 닫고 창밖을 본다


아무 일 없던 하루의 끝

누군가의 메시지가

카톡—

하고 울릴 것만 같다


그렇게 내가

아직 누군가에게 저장되어 있다면

오늘도 괜찮은 하루였다


113기가의 세월.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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