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록 들꽃의 독백

by 이카이카

나는 보도블록 틈에 떨어졌지

수억만 번의 망설임 끝에

겨우 흙 한 줌과 마주한 거야


빛이 닿을지 알 수 없었지만

조용히 뿌리를 뻗었어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가도

바람이 모른 척해도

나는 조용히 꽃을 피웠지


가끔은 두려워

바삐 걷는 구두 뒤축이

내 몸을 지나갈 때마다

나는 숨을 멈추지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

콘크리트의 틈을 밀어내며

단 한 번의 생을 피웠으니까


나를 보는 이들이 있기를

그들이 자신을 믿기를


이 척박한 곳에서도

내가 피어났으니

당신은 나보다

더 아름다울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당신의 꽃을 피워줘


들꽃의독백.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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