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싫은 진짜 이유
어떤 상처는 왜 유독 더 깊게 남을까?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그 안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다. 상처는 갈등을 지나가면서 필연적으로 얻게 되는 부산물인데 어떤 상처는 잘 아물지만 어떤 상처는 오랫동안 잊히질 않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왜 특정 사람이 한 말은 이상하게 거슬리고 아플까?
어떤 상처가 마음속에 깊게 남는 걸까?
1. 마음의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와 정반대의 사람보다는 동질감을 조금이라도 느꼈던 사람에게 더 쉽게 상처받는다. 나와는 아예 성향이 다르다고 전제를 깔아버리면 설령 상대방이 상처되는 말을 할지라도 가볍게 넘길 수 있다. "뭐래~ 역시 이상한 사람이야"라고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나의 바람대로 말하고 행동하리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충족되지 못한 기대는 이내 실망을 낳고 실망은 미움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비슷한 사람과의 다른 부분에서 갈등이 시작되고 서운함이 생겨난다. 기대하는 수준이 높을수록 실망의 정도는 크다. "네가 어쩜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배신감마저 느낀다.
2. 숨기고 싶었던 나의 약점을 들켜버렸을 때
꽁꽁 감추고 싶었던 약점이 상대에 의해 예상치 않게 들추어졌을 때 우리는 깊은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싶어서 명품에 집착하거나 본인 과시가 심한 사람에게 '허세가 있다'거나 '속물적이다'라는 직/간접적 표현은 금기어다. 이런 말이 상대방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손절 대상 1호가 될 것이다.
잡티를 들키기 싫어서 컨실러를 매일 정성스럽게 바르는 사람에게(그리고 그 부분을 정말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이 겉으로도 드러나는 사람에게) ‘여기에 잡티가 있네요?’라는 말을 하면? 나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가볍게 흘리듯 한 말일진 몰라도 상대방은 자신이 감추고 싶었던 약점을 들켰다는 생각에 나를 불편하게 느끼고 피하게 될 것이다.
1.
기대로 인해 생기는 실망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전부 내 맘 같진 않다는 것을,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같은 뱃속에서 나온 형제자매와도 의견이 같지 않고 학창 시절 단짝이다가도 각자 처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멀어지기도 하는 게 인간관계다.
'너는 마땅히 나한테 이렇게 말하고 행동해줘야 해.' '너는 나의 사람이니까 나와 생각이 비슷해야 돼'라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다. 기대가 크기에 실망의 크기와 상처의 정도가 큰 법이다. 만약 친한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크다고 느끼면 그것은 내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상대방은 끼워 맞추려고 한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
누구나 타인에게 감추고 싶은 약점과 개선해야 하는 단점이 존재한다. 누군가의 미움을 받지 않으려면, 상대방이 감추고 싶어 하거나 극복하고 싶어 하는 약점을 모른 척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섣부르게 그 사람의 단점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험담 하는 것도 금기다. (세상에 비밀은 없고 말이라는 건 언젠가 그 사람 귀에 들어가게 되어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말이다.)
정말 친한 사이고 그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 단점에 대해서 꼭 조언을 해주고 싶다면, 말을 고르고 골라서 최대한 부드럽고 섬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오해가 없게끔, 상대방이 조언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끔 체에 거른듯한 고운 말로 전해야 한다. 정말 상대를 아끼는 마음에서 얘기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게끔 말이다.
(그림출처: 설레다 작가의 [내 마음 다치지 않게])
같이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writingolaf/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