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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Sep 09. 2021

친구의 청첩장 모임에서 느낀 묘한 질투심

그 가방 나도 갖고 싶어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갔어야 했다.


친한 친구의 청첩장 모임이 끝난 후 집에 돌아오는 나의 기분은 매우 무거웠다.


친구는 결혼 예물로 샤넬 가방과 발롱 블루 시계를 선물 받은 것은 물론이고, 생일 겸 프러포즈 선물로는 갖고 싶던 반클리프 목걸이를 받았다고 했다.


친구의 결혼 소식은 분명 축하할 일이었지만 내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친구를 향해 불편하고도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그렇다. 난 친구를 아주 많이 부러워하고 있었다.

친구에게 묘한 경쟁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너의 그 가방이 내 가방이 되었어야 해.


내가 2년 전 결혼할 때는 명품 욕심이 없을 때였다. 목돈은 집 마련과 같은 실속 있는 곳에 써야 한다는 생각이 굳건하던 시기였다.


몇백만 원 하는 명품 가방에 돈을 쓰는 건 된장녀들이나 하는 철없는 행동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는 명품가방에 돈 쓰지 않는 개념 있는 여자라고 나름의 자부심을 가졌었다.


아뿔싸.


모든 여자들이 인생 어느 한순간은 겪게 된다는 명품 앓이가 난 30대 중반이 넘은 최근에야 시작됐다.

이전엔 관심도 없던 명품 가방이 갑자기 미친 듯이 영롱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여자들을 볼 때면 가방이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차마 새 제품을 살 용기가 나질 않아 찾아본 중고마켓 검색이 모닝 루틴이 되었다. 샤넬, 디올, 루이뷔통 등 명품 가방을 하도 많이 검색하다 보니 브랜드별 대표 가방과 가격을 다 꿰게 되었다.

가끔 창구에 젊은 여자 손님이 명품가방이라도 들고 올 때면 가방을 몰래 힐끔힐끔 훔쳐보기도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명품 가방에 쓰는 돈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던 나는 온데간데없었다.


최근에야 스멀스멀 고개를 든 명품 욕구를 이성으로 애써 꾹꾹 누르고 있었는데, 친한 친구와의 만남에서 예상치 않게 봉인해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침 친구가 모임에 들고 온 가방은 내가 첫눈에 반해버린 루이뷔통 네오노에 가방이었다.


내가 들고나간 가성비 좋은 c사의 데일리 백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나는 친구와 나의 상황을 비교하며 강한 질투심을 느꼈다. 결혼할 때 명품백 하나 장만하거나 선물 받지 못한 내 처지가 딱하게 느껴졌다.


넌 왜 하필 내가 탐내는 품목들을 죄다 가지고 있는 거니.

집으로 돌아오면서 난 마음속으로 친구에게 질투 섞인 물음을 묻고 있었다.




나는 너를 부러워하고 너는 나를 부러워하네.


결혼식이 끝난 후 다시 만난 약속 자리에서, 나는 청첩장 모임 때 그 친구에게 느꼈던 부러움을 지나가듯 말했다.


“넌 결혼할 때 여자들이 받고 싶어 하는 품목들을 다 받아서 부러워. 나 요새 명품백이 너무너무 갖고 싶다.”

“에휴, 그거 다 별거 아니야. 난 네가 부러워.”


청원휴직 후 1년 넘게 미국 LA에 살다온 것, 서울대 출신인 점, 착실하고 능력 있는 남편을 둔 것 등.

내가 명품백을 가진 친구를 부러워했듯, 친구는 본인이 선망하는 경험을 가진 나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은 상대적이다.


자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남이 갖고 있을 때 서로 부러워하고 질투하게 된다. 열망하는 정도가 클수록 질투의 강도도 셀 것이다.


결혼식 후 모임은 청첩장 모임 때보다 마음이 훨씬 가뿐했다. 나도 누군가의 부러움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달까.


아직  명품백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내려놓진 못했다. 명품백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보면 아직은 마련할 때가 아닌가 보다.


나중에 내가 기분 좋게 금액을 지불할  있을 , 그땐  나에게 명품백을 사주고 싶다.


“나중에 나도 꼭 살 거니까 친구를 너무 부러워하진 말자! 나도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대상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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