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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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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원 Nov 04. 2020

안 싸우면 다행이야

안 싸우면 다행이지만, 싸우라고 만든 찐친구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

MBC에서 새로운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를 새롭게 선보였다.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극한의 리얼 야생에서 홀로 살고 있는 자연인을 연예계 대표 절친이 찾아가 함께 살아가 보는 자급자족 라이프를 다룬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잠깐. 야생? 자연인? 자급자곡 라이프? 어디서 많이 들어본 키워드들이 잔뜩 있다. 새로운 것도, 특별할 것도 없이 좋은 것만 잔뜩 넣은 짬뽕 예능일까? 정답은 ‘아니요’다.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준비한 강직구는 바로 ‘친구’라는 키워드다.

친구들끼리 여행가면 별 것도 아닌 걸로 꼭 싸우는 친구들이 있다. 당사자들은 심각하지만 보는 사람들은 그 모습이 너무 웃기다.


진짜’ 친구들의 진짜’ 싸움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7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축구 스타 안정환과 이영표의 무인도 생활기를 전파했다. 두 사람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입수하고, 밧줄 하나로 가파른 바위를 오르내리는 등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보여줬다. 직접 장어도 잡고, 홍합과 성게를 따고, 칡 줄기를 캐서 먹어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고군분투하다가 찐텐(?)으로 다투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난다. 솔직함이 무기인 요즘 시대에 리얼리티는 콘텐츠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안싸우면 다행이야’에서 보여준 이영표와 안정환의 모습은 실제 절친들이 보여주는 찐케미는 리얼리티 그 자체였다. 그들이 보여주는 가식 없는 티키타카는 지루할 수 있는 무인도 콘텐츠에서 예능의 맛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진짜 친구들만이 알 수 있는 ‘그’ 눈빛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다음 편에는 긴 시간 동안 무한도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온 하하와 박명수가 뭉쳐 둘의 절친 케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호통왕 박명수와 깐족왕 하하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안싸우면 다행이야’에서 유쾌한 절친들의 조합은 계속해서 방송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조합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줄지 기대된다. 그러나 친구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만큼 출연자가 중요한데, 화제성 있으면서 동시에 절친한 친구 사이인 출연자들이 금방 고갈될까 걱정이다. 그렇다고 조바심내서 어설프게 친한 사람들을 친한 사람인 척 속이지는 말자. 시청자들은 절친들의 가식 없는 케미에 저절로 웃음이 나듯이, 친하지 않은 사람들의 어색한 친한 척을 저절로 눈치챌 것이다. 현재 콘텐츠의 트렌드는 진실성, 바로 리얼리티다.


아무 자막이 없어도 왠지 귓가에 둘의 싸우는 소리가 맴돌 정도로 우리에겐 친숙한 티키타카 절친들이다.


무인도’ 속 자연인과 친구들의 삼위일체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리얼리티 말고도 무인도가 갖는 특별한 공간성에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현대사회에 무인도만큼 매력적인 촬영장소가 없다. 일단 무인도라는 특성 때문에 제한된 인원으로 촬영이 가능하고, 오지 체험이라는 색다른 재미가 더해진다. 거기다가 무인도마다 색다른 특색을 지닌 자연인과 출연자들의 티키타카가 얹어지면, 이것이야말로 환상의 조합이다. 음식으로 따지자면 좋은 재료들이 잘 어우러진 비빔밥에 가깝다. 특히 자연인과 무인도의 조합은 색다르다. 속세를 떠나 많고 많은 장소 중에서도 무인도로 떠나게 된 자연인의 사연이 궁금해진다. 음식에 약간의 쓴맛은 단맛을 배로 증가시키듯이, 무인도와 자연인 사이의 남모를 사연은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동시에 예능의 재미를 맛깔나게 해줄 것이다.


이렇게 멋있는 분이 어떤 사연으로 무인도에 살게 된 걸까?


무인도안질리면 다행이야


최근 다시 여행 예능이 TV를 점령하고 있다. 캠핑, 차박, 요트 등등 방송사들은 여행이란 주제로 저마다의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서 다양한 예능을 등장시켰다. 덕분에 코로나 19시대에 여행가기가 쉽지 않은 시청자들은 요즘 갑갑한 집안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그 중에서도 ‘친구’와 ‘무인도’를 무기로 내세운 덕분에 3주 연속 동시간대 예능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기분 좋은 시작이다.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의 무인도와 그 속의 자연인들이 시청자들에게 매번 크게 다르지 않은 그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제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매번 비슷한 맛만 난다면, 시청자들은 금세 그 맛에 물릴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안싸우면 다행이야’ 제작진들은 케미 넘치는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색다른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무인도와 개성 넘치는 자연인들을 찾는 데도 열중해야 시청자들을 잃지 않고 무병장수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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