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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단상(20250314) - 원칙原則

원칙 영웅본색 삼강오륜 견강부회 적반하장 바보 규칙 법규

by 브레인튜너

"원칙을 지킨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네"




영웅본색 1편에서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견숙이 송자호(장국영 형님 역할)에게 한 말이다.


견숙은 전과자 출신으로 택시 회사를 운영한다. 송자호도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전과자다. 회사의 기사들은 견숙과 같은 범죄자로 함께 택시 운전으로 정직하게 살며 자활 갱생을 한다. 평생 주홍 글씨를 떼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원칙을 고수하려고 한다. 타협하는 순간 다시 지옥으로 되돌아간다는 걸 경험칙으로 알고 있는 터였다.




원칙을 지키면 정말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인간의 이성이 바르게 작동하고 사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100% 맞는 말이다. 도덕이나 윤리 교과서에 배우는 내용대로 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것도 너무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과거 성현의 지혜를 180도 반대로 바꿔야 '진리'가 되는 세태라 그런지 허공에 흩날리다 사라지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비약해도 될 만큼 사회는 병들고, 인간성은 더욱 훼손되고 있다. 원칙이 원칙을 잃은 꼴이 돼버렸다.


지성인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보통의 사람들이 정의하는 이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 교실에서 배웠거나 책에서 본 최고선最高善은 온 데 간 데가 없다. 강상綱常의 도는 최소한의 기준선을 벗어난 지 꽤 됐다. 사람들의 도덕과 윤리의 총합은 개인의 그것보다 더 낮게 형성됐다. 이제까지 어둠에서 활발했던 비이성, 반지성의 모습은 이미 커밍아웃하여 버젓이 아노미anomie 상태를 야기하고 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군흉群凶의 희생양이 된 경우가 많았다. 견강부회牽强附會했던 자들이 결국 역사의 승자가 되어 그들만의 기록을 남겼다. 과거 역사를 제외하고라도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원칙을 지킨 사람들이 오히려 범죄자가 되는 현실이다. 범죄를 교사하거나 저지른 인간들이 적반하장賊反荷杖식으로 도리어 원칙을 지키는 이들을 매도罵倒한다.


헤겔의 변증법이 현실에서 정확히 작용한다면 정正과 반反이 합合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경우의 수가 작아서 그런가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듯하다. 인간의 욕망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다.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인간의 욕구와 욕망이 사회를 발전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그 욕구와 욕망이 더욱 흑화黑化한다면, 우리 사회를 붕괴시키는 기폭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바보가 되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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