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을 하다
아르헨티나에서 일자리 구하기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지, 2주 차. 드디어 첫 출근을 하였다. 그러면 다들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과연 나는 아르헨티나에서 어떻게 일자리를 구한 것인가?
2019년 1월 말, 아르헨티나 워킹홀리데이 발효가 되자마자, 퇴사를 질렀고 준비가 철저한 나는 평소에 거래하던 부에노스 아이레스 여행사 사장님께 현지 사정에 대해 이것저것 여쭈어 보았다. 그러자 사장님께서는 아르헨티나에도 워킹홀리데이가 진행되느냐면서 관심을 보이셨고, 비자 타입, 나의 계획 등을 물어보시더니, 잘하면 본인께서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침 3월에 인솔 출장을 오니 그때 부에노스에 도착하면 만나서 이야기해보자고 한 것이었다. 다른 인솔자들과는 달리 오지라퍼인 나는 현지 거래처 사장님들과 연락을 자주 주고받고, 출장을 갈 때마다 굳이 얼굴을 비추고 인사를 하고 밥도 얻어먹었었다. 그렇게 오지랖 떨고 다녔던 것들이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다. 인솔을 가기 전에 이전에 적어두었던 잡코리아 이력서를 편집하여 한부 프린트를 하였다.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면접을 보고, 사장님께 이력서를 드렸다. 그렇게 의외로 금방 일자리를 구한 것이다. 워킹 홀리데이 출발 전에 일자리를 구한 아주 운 좋은 케이스였다.
나중에 교민들에게 듣기로는, 한인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면 "누구의 딸, 아들"인지 확인하고 고용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맥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거주한 대부분 한인들이 옷가게 종사자들이기 때문에, 돈이 왔다 갔다 하므로 아무에게나 돈통을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종업원들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현지인들이므로, 중급 이상의 회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종업원들의 손에 놀아난다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내가 여행사 사무직 일자리를 구한 것은 아주 천운이었다.
첫 출근, 그리고 무슨 일을 하냐고요?
내가 출근하게 된 사무실은 FLORES/FLORESTA (한인들은 이 동네를 '아베샤네다' 또는 '아베'라고 부른다)에 위치해 있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치안이 엄청 좋지 않았던 동네이다. 하지만 점점 한국식 카페 등이 생기면서 많이 활성화가 됐지만, 그래도 종종 옷가게에서 대낮에 총기 강도가 들기도 한다. 그래서 큰 길가로만 다녀야 하며, 보통 옷가게들도 오후 4시 반 ~ 5시 사이 (해가 지기 전)에 문을 닫는다. 항상 인솔하러 올 때는 시내에서 택시로 이동하여 한식만 먹고 다시 떠났으므로, 한낮의 아베샤네다를 볼 기회가 없었다. 출근길에 유심히 보니 새로운 카페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중 한 곳이 I AM BARISTA 인데, 아르헨티노들에게 카페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바글바글했다. 그리고 근처 유명한 카페는 PAN MOA, COFFEE PRINCE 등이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카페는 COFFEE PRINCE 였다. 주인 분들도 친절하고, 맛이나 양도 거의 한국의 그것과 가장 비슷했다. 가격 또한 가장 합리적이었다. 출근 전에는 카페들을 돌아가며 커피 한잔을 마시곤 했다. 돌체 구스또 기계를 사기 전까지 말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나의 최애 식당은 단연 '대장금'일 것이다. 보통 1시에 출근이었기 때문에, 출근 전에는 대장금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혼자 살다 보니 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것이 더 싸게 먹힐 때가 있었다. 나의 최애 메뉴는 등갈비 김치찌개. 예전에 출장 왔을 때, 인솔자 선배인 리오, 나초 팀장님과 함께 방문한 이후로 쭉 방문하는 곳이다.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이면, 세상 행복하다. 반찬도 정갈하고, 다양하므로 자취생인 나는 당연히 단골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현지 여행사에서 한국의 중남미 전문 여행사들 상대로 지상 수배 업무를 하였다. 호텔, 차량, 투어 예약 (현지 업체와 다이렉트로 일을 해야 하므로 스페인어는 필수였다.)을 도와주는 일이었는데, 재밌게도 바로 전 직장이 주 고객이었다. 그곳 동료들과 친하기도 했지만, 나의 업무 능력을 인정해줘서 일거리를 많이 몰아주었다. 근무 시간은 비수기 때는 오후 1시 ~ 5시였고, 성수기 때에는 11시 ~ 5시였다. 하지만, 보통 4시 반쯤 업무를 마치기도 했고, 더러 사장님의 개인 용무로 더 일찍 퇴근하거나, 쉬는 날도 많았다 (이렇게 쉬는 날들도 다 유급으로 쳐 주셨다). 월차도 제공받았고, 그 덕에 월차로 근교 도시로 여행도 다녀올 수 있었다. 예전 직장 동료들 (인솔자들)이 오면 상시 대기를 해야했지만, 워낙 다들 친하게 지냈고 나 또한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즐기면서 일을 했었다. 그래서 항상 ㅇㅇ인솔자가 온다고 하면 맛집을 미리 알아두고 늘 어울렸었다. 그외 다른 회사 인솔자들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오면 항상 나를 찾았다. 원래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지만, 이렇게 때되면 동료들이 왔기 때문에 더욱 더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아르헨티나에서 성공적인 워킹홀리데이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르헨티노 친구들 덕분이기도 했지만, 사장님 부부 및 가족분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 이렇게까지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배려를 해주시고 살뜰히 챙겨주셨기 때문에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으며,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도 만들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