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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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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Jan 29. 2024

1년 만에 다시 적어보는 글

24.01.28 14개월

2023년의 한 해는 육아로 시작해서 육아로 끝이 났다. 보물 2호와 함께하는 시간에는 미디어 노출을 자제하고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멀리 두다 보니 글을 적는 시간적,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육퇴하고 남은 시간에는 보물 2호가 태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줄어든, 보물 1호와 단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에 집중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새해 목표로 글을 조금씩이라도 다시 적어보기로 했다. 1월을 넘기기 전에 뭐라도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오늘 육아하면서 잠깐 펜으로 메모한 키워드 3개를 중심으로 적어본다.


#포인팅

아직 가능한 표현언어는 "아빠" "엄마" "맘마" 정도지만, 요즘 들어 부쩍 포인팅이 늘었다. 손짓, 표정, 시선의 이동을 통해 아들의 감정은 수시로 공유가 된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거 주세요' '저거 만져볼래요' '저리로 가고 싶어요' 요구도 늘고 이 녀석 고집이 장난 아니다. (나를 닮았나 보다.. 아니, 이제 자아가 생기니까 그런 거겠지..) 하나라도 들어주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지를 않는다.

단순히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서 아빠에게 즐거움을 공유하며 시선을 따라 웃는다. 그리고 무언가 아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 나오면 또 가리킨다. 특히, 책을 읽다가 파란색만 나오면 공기청정기를 가리키고, 그럼 나도 아들의 손끝을 따라 공기청정기를 보고 반응해 준다.

그러면 아들은 씩 웃고, 그다음 내가 파란색 장난감을 가리키면 또 그쪽을 쳐다보고 이동한다.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3가지가 눈 맞춤, 호명반응, 포인팅이다. 포인팅은 단순히 가리키는 것만 의미하기보다는 상대방과 감정을 잘 공유할 수 있는지, 시선이 잘 따라가는지 등이 중요하다.


#로봇청소기

며칠 전, 안방 드레스룸에 있는 로봇청소기가 갑자기 소리 내며 움직이는 것을 보고 아들이 깜짝 놀라 운 적이 있다. 사실 그전에는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만져도 보고 그랬으면서.. 그때 놀란 기억이 남아있는지 그 뒤로 안방만 들어가면 로봇청소기 있는 쪽을 계속 가리킨다. 대충 '아빠, 저기 무서운 애가 있어요' 이런 의미인 것 같다.

무엇이든 겁도 없이 달려들고 물어뜯는 호기심천국 아들이 가까이 가지 못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내가 문 밖으로 돌아 나서면 내 손을 잡고 다시 들어가라고 잡아끈다. 다시 가까이 가면 나보고 앞장서라고 가리키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괜찮아. 아빠한테 오렴" 두 팔 벌려 안아주겠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아들은 달려서 꼬옥 안긴다. "아빠가 이 버튼 눌러볼게" 진동소리와 함께 로봇청소기가 움직이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아들의 표정은 어느 순간 씩 웃고 있었다. (그 뒤로 아들은 계속 로봇청소기 전원 버튼을 누르며 신났.. 하..)


#껌딱지

아들은 돌이 지나고 난 뒤, 조그만 발과 다리로 따다다다닥 온 집안 구석을 뛰어다녔다. 앞만 보고 뛰던 녀석이 요즘은 뒤를 돌아보고 아빠가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그러지 않으면 다시 따다다다닥 달려와서 내 손을 잡는다. 그것도 조그만 손으로 내 손가락을 말이다. 치명적인 귀여움..ㅎㅎ

하지만, 이게 하루종일 반복되니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같이 책 읽고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한눈파는 것 같아서 잠깐 화장실 가려고 슬금슬금 방에서 나오면 5초 뒤에 따다다다닥~ 화장실 문을 사정없이 두드린다. 지난달만 해도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음식을 준비하거나 집안일이 어느 정도 가능했는데 이제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 몇 번 무시하고 설거지를 했더니 바지를 잡아당기고 짜증을 내고 급기야는 장난감을 가져와서 부엌을 놀이방으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아들이 깨어있을 때는 온전히 놀이에 집중하고, 아들이 낮잠 잘 때.. 밀린 일을.. 시간이 흘러 아들과 치열하게(?) 함께한 이때가 그리워질 수 있으니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기로!!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아빠랑 놀아줘서 고마워
사랑해, 아들



by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리고 육아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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