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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혜 Dec 01. 2023

어, 애도기간이라도 가졌으면 좋겠어

대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질 때, 슬프다.

  

  이상하다. 전 날 마감시간까지 함께 있었는데, 갑자기 문을 닫았다. 문을 닫자마자 가게 앞에 광고지가 붙었다. 커다란 세네 장의 임대 광고 현수막들이다. 결국 다른 카페에 갔다.


  정을 주고 있던 카페였다. 사장님과 간간히 이야기 나눴다. 어느 날은 고양이가 내 가방 위에서 잠을 잤다. 마감시간까지 집에 못 갔다. 깨우기가 좀 미안했다.


  마음이 그랬다. 기다렸다는 듯, 임대포스터가 덕지덕지 붙는 모습이 말이다. 친구는 내게 "그럼 애도기간이라도 가져야 하냐"며 놀렸다. 난 그랬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슬프기 때문이다. 슬픔은 그리움, 아련함과는 다르다. 그리움이나 아련함은 행복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 반면 슬픔은 아픈 감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대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질 때, 슬프다.


  카페는 밝았다. 집 앞 골목이 어두워서 밤이 되면 특히 밝았다. 카페 불이 켜져 있고 없고의 차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골목과 조용한 골목의 차이. ‘내일은 거기서 책을 읽어볼까’하는 생각과 생각할 수 없음의 차이. 카페든 뭐든 그렇다.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크다.

  나는 이제 다른 카페에 간다. 집 근처에 카페가 정말 많다. 대체를 찾았다기보다는, 다른 세계다. 한 사람 없이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있는 세계와 없는 세계는 다르다. 다르게 돌아간다. 그 다름이 내게는 중요하다.


  카페가 문을 닫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임대광고지가 붙었다. 차이를 느낄 시간이 부족했다. 삭막했다. 빚다 만 기억은 슬프다. 우리가 조금만 느려졌으면 좋겠다. 너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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