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나혜 Nov 28. 2023

건강은 쟁취하는 게 아니다.

질병과 노화에 좌절하지 않을 권리

  

예시사진, 해당 강의에는 물론 좋은 정보도 많았다.
비만을 개인의 노력부족으로 설명하고 있다.


  할머니는 당신의 노화를 '짐'이라 생각한다. 그를 보며 나는 나이 듦을 두려워한다. 더 많이 운동해야 할 것 같다. 더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할 것 같다. 불안감이다.
 

  우리는 건강을 판매하는 콘텐츠 속에 산다. 콘텐츠라 해서 sns나 유튜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TV도 건강을 판다. TV에서 방영 중인 건강프로그램을 보자. 의사가 건강 비결을 소개한다. 패널들은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한 마디씩 말한다. 이때 진행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노화를 '관리하지 않은 탓'으로, 질병을 '미리 예방하지 않은 탓'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바로 옆 채널에서는 홈쇼핑이 한창이다. '콜라겐 영양제'가 판매되고 있다. 1번 채널이 건강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면 2번 채널이 두려움을 진정시켜 줄 제품을 판매한다. TV가 하나의 거대한 광고판이 된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일까. 그러나 시장은 우리의 마음에 관심 없다. 그저 계속 말한다.


  “지금이 아니면 돌이킬 수 없어요. 건강하려면 이건 꼭 하(사) 세요!”


  우리는 안다. 질병과 노화는 게으름으로 생기는 게 아님을. 그럼에도 두렵지 않은가. 더 많은 건강 정보, 더 비싼 건강식품들이 쏟아진다. 건강을 볼모로 한 광고판은 우리를 자책과 불안 속에 가둔다.

  건강정보는 중요하다. 문제는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건강정보에 대한 '알 권리‘가 있듯, 우리에게는 불안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질병과 노화에 자책하며 좌절하지 않을 권리.


,


  나의 질병이 가족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나의 노화가 '통제' 되어야만 한다는 불안감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해결되어야 한다. 질병과 노화는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다. 건강은, 건강식품을 빨리 살 수 있는 사람에게 ‘특별히’ 허락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상태는 당신의 탓이 아니다. 건강은 쟁취하는 게 아니라 권리다. 필연적인 의존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을 원한다. 우리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잘 지내는 상태에 놓이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