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SNS 콘텐츠 홍수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세대 갈등’ 사례를 마주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상한 ‘MZ 세대’라는 분류는 과거 유럽과 미국의 청년 문화를 상징하는 ‘68세대’와 공유하는 연령대는 비슷하지만, 68세대 주요 정신이자 청년층의 상징인 ‘저항’과 ‘연대’와는 거리가 멀다. MZ세대는 ‘개인주의’, ‘이기주의’, ‘무개념’ 같은 부정적 뉘앙스를 내뿜는 수식어들과 함께 쓰이며 조롱의 용어로 전락하고 있다. ‘무개념 MZ세대’에 관한 여러 일화가 인터넷을 떠돌며 몸집을 불리고, 우리는 이러한 일화를 기반 삼아 청년층을 일반화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한때 유행했고, 지금도 자주 쓰이는 ‘틀딱’이라는 신조어는 어떨까. 노인층을 비하하는 단어인 ‘틀딱’ 또한 ‘노인은 융통성 없고 구시대적’이라는 일반화를 덧씌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과 청년층 안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세대 간 갈등을 보여주는 일화는 자극적인 보도와 영상, 실제일지 아닌지도 모를 SNS상의 증언을 통해 널리 퍼진다. 무분별하게 자극을 받아들이다 보면, 우리는 세대 갈등이 예상보다 더욱 심화하고 있고, 세대 간 충돌은 더는 손 쓸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세대 갈등이 생각만큼, 혹은 생각보다 심각해지고 있을까? 현재의 세대 갈등은 개선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되었을까? <두산인문극장: Age, Age, Age 나이, 세대, 시대>의 일환으로 4월 24일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강연은 세대 갈등에 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며 세대 간 소통을 향한 지평을 넓혀주었다.
강연은 <세대 갈등과 세대 간 소통>이라는 제목으로, 사회학자 신진욱 교수가 이끌었다. 신진욱 교수(이하 강연자)는 세대 갈등의 실체에 대해 말하기 전, 세대 갈등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연자는 세대 갈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다양하게 인용하며 우리가 느끼는 세대 갈등이 실제 보다 과장된 것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 우선, 우리의 인식을 수치화해 보았을 때도 그렇다. 강연자가 제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약 85%가 세대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약 90%는 세대 갈등이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세대 갈등을 다른 불평등과 대조해보면 문제는 달리 보인다. 우리나라 국민이 분노를 느끼는 원인을 설문한 ‘분노 게이지 조사’에 따르면, 우리 중 79.9%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자산 격차 등 경제적 원인으로 인해 분노를 느끼고, 78.8%는 생태계와 환경 파괴 행위에 분노한다. 이와 비교했을 때 세대 갈등으로 인해 분노를 느끼는 설문자의 비율은 33.9%이다. 세대 갈등에 분노한다고 답한 설문자의 50%는 노년층이며, 10~20대는 20%를 차지했다. 각 연령대가 느끼는 세대 갈등을 향한 분노의 편차가 클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적 문제와 비교했을 때 세대 갈등은 확실히 작은 비율을 차지한다. 하지만 미디어와 정치권에서 세대 갈등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강연자는 이에 대해 ‘세대 갈등’ 담론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것임을 꼬집는다. 한 조사에서 18개 전국 일간지 및 경제지, 4개 방송사 대상으로 ‘세대 갈등’이 언급된 횟수를 조사했는데, 그 언급 수가 약 10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세대 갈등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와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 같지만, 그 언급은 10년 전부터야 비로소 많아지기 시작했다. 신진욱 교수는 언급 수의 증가 또한 그 절대적 양이 많아진 것을 의미할 뿐, 그것이 우리가 실제 겪는 세대 갈등에 대해 진실로 말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다.
강연자는 세대 갈등과 세대 문제가 현대에 들어와 형성된 것이라고 덧붙인다. 여기에는 대략 3가지 바탕이 존재한다. 첫째, 사회문화적 변화 속도의 가속화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의 굵직한 사상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사이, 반세기 동안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는 이때 그 골격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빠르게 만들어진 사회 배경 상, 세대 갈등은 필연적이게 되었다. 둘째, 상이한 시대 환경에 태어난 사람들의 공존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다른 역사적 세대가 공존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역사적 배경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리를 이루는 역사적 배경은 아주 상이한 것을 알 수 있다. 노년층 중에는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경험한 집단이 있고, 중장년층 대부분은 민주화와 자유화의 파도를 그 중심에서 느꼈으며, 청소년과 청년층은 정보화와 기술 발전을 단시간에 경험했다. 인간이 경험하는 여러 시기 중 가장 중요한 '세계관의 형성기', 즉 10~20대를 어떤 시대 환경 안에서 보냈느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의 범위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같은 세계화, 정보화, 시장화를 경험했어도, 전쟁 전 출생한 세대는 그것을 노년기에, 전쟁 후 출생한 세대는 중년기에, 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는 청년기에 경험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보면 시대 상식이 얼마나 상대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셋째, 서로를 이해해야 할 객관적 필요성의 대두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다른 환경을 경험한 사람들과 동시대 안에 살고 있고, 그들과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가치관의 괴리를 자주 경험한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야 할 필요성과 맞닥트린다.
신진욱 교수는 이렇듯 세대 문제가 현대 들어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실제 우리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함을 밝힌다. 강연자는 그 예로 ‘MZ세대’ 용어의 언급을 설명한다. MZ세대에 대한 언급은 2021년 4월 들어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이 언급은 정치 및 상업과 연관되어 등장하기 시작했다. MZ세대와 함께 ‘명품’, ‘소비’, ‘브랜드’ 등이 등장하는 것이 다반사이고, 이는 모순적 세대 담론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미디어는 MZ세대, 즉 청년들의 명품 소비와 부동산 투자 열풍을 말하며, 동시에 중년층 때문에 청년 빈곤층이 늘었음을 언급한다. 또 중년 고임금이 불평등하다고 꼬집으며 실직 및 퇴직으로 인한 중년 빈곤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모순적인 세대 담론은 우리가 현실의 미디어에서 마주하는 세대 갈등이 정말로 ‘세대 사이’의 문제인지 생각해 보게끔 만든다.
이어 신진욱 교수는 우리가 겪는 ‘불평등’과 ‘공정’의 문제가 정말로 세대 문제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5년 전부터 폭증한 ‘세대’와 ‘불공정’, ‘공정’에 관한 담론이 진정 세대 차이로 인한 것인지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하는 현상은 중년층의 일자리 독점 때문일까? 또한 빈곤하게 사는 노년층이 증가하는 것은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이기심 때문일까? 강연자는 ‘세대 차이’보다, ‘주관적 계층의식’, 즉 같은 세대 안에 속해있더라도 개인마다 달리 가지는 ‘계층의식’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 있어 그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은 계층 간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개인을 경제, 명예 등의 자본주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계층이라는 거시적 구조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같은 세대에 속해 있어도, 불평등을 느끼는 편차가 자산에 따라 크게 차이 나기도 한다.
강연자는 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향한 선입견을 언급하며 예를 든다. 청년층 머릿속의 현재 50~60대, 즉 베이비붐 세대는 호황기에 취직해 그 밥그릇을 아직까지 놓지 못하는 이미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의 50~60대 비정규직 비율은 20~30대 비정규직 비율보다 높다. 다수의 청년층이 바라보는 50대 또한, 사무직으로 일하는 그들의 생활 반경 안에 있는 소수 관리직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리고 관리직 중년층은 1980년대 당시 13%라는 소수의 비율을 차지한 4년제 대학 취학자 안에 포함될 확률이 높다. 4년제 대학에 취학하지 않은 87%를 차치하고, 나머지 13%,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회사 관리직을 차지하고 있는 중년층을 보며 전체 50대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경제적 위치가 모든 중장년층의 위치를 대변하지도 않는다. 이렇듯 ‘세대 간 문제’, ‘세대 갈등’이라는 프레임은 현실의 불평등을 정확히 파헤치지 못할뿐 아니라, 그 심연에 있는 궁극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신진욱 교수는 세대 내 차이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는 문제를 무조건 세대 간 차이로 바라보는 태도가 우리 사회 문제를 개선하지 못함을 언급한다. 현대 한국 사회가 급격히 발전하며 풍요와 복지가 향상함에 따라 불평등 또한 동시에 폭증했다. 또 세대 내 고용, 소득, 복지의 양극화가 벌어지며 빈곤한 집단과 부유한 집단의 차이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여러 사회 문제와 불평등을 세대 간 격차로만 설명하려 하면, 세대 내의 격차와 구조적, 계층적 불평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강연자는 이러한 문제를 꼬집으며,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몇 가지에 관해 설명한다. 세대 차이를 인식하며, 세대주의의 위험을 경계하는 데 필요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시작은 세대 차이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태어난 시기에 따라 시대 상황이 얼마나 달랐는지 되새기고, 이를 세대 갈등으로만 단편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세대 내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세대 간 갈등 해결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세대 간, 그리고 세대 내 차이를 교차하며 여러 불평등 담론을 다루어야 그 원인과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만연한 세대에 관한 정의와 인식은 실제 현실과 부합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세대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디어는 소수의 정보, 담론 생산자가 이용자의 관심과 반응을 독점하는 경향을 가진다. 미디어의 왜곡된 이미지 혹은 선정성과 더불어 정치권의 과장된 갈등 프레임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이를 비판적으로 투과하여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신진욱 교수는 ‘세대 간 갈등’의 실체를 파헤치며, 세대 간 갈등과 세대 내 갈등을 교차해 여러 불평등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과장되고 왜곡된 세대 갈등 이미지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보다, 이것이 실제 현실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날 열린 강연은 세대 간 갈등에서 파생한 것처럼 보이는 사회 문제의 실제적 원인을 발견하고, 다른 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함을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