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회사에서 UI UX 디자인을 합니다.
업계 트렌드를 탐방할 목적으로 콘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그날 딱 하나의 키워드를 꼽아야 한다면 AI였습니다. 사실 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세상에 선보였을 때, 그리고 그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 한차례 크게 왔다가 금방 식어버릴 유행과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고 카카오톡을 이용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저는 아날로그 블랙베리폰의 작은 화면을 통해 오랜 로딩을 거쳐 카카오톡을 들어갔지요. 들어가지긴 했지만 튕기는 것이 일상이었고 친구들이 '챗'이라는 것을 할 때 저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였어요. 그렇게 첫 스마트폰으로 아이폰5s를 구매했고, 약 10년 뒤 스마트폰 화면을 채우는 각종 앱과 웹을 디자인하는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하하하
마치 영화 아이로봇의 주인공 '델스프너'처럼 신문물, 저는 신문물을 무조건 환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델스프너에게는 로봇(신문물)을 믿지 못하게 된 사건이 있기도 했지만, 스프너와 저의 공통점을 꼽자면 인간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고성능의 로봇,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오더라도 저는 인간이 해야만 하는 일, 인간이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고 믿습니다. 가령 핸드폰이 보급화되고 발달되면서 모든 전화번호가 이 작은 기계에 저장이 되는 덕분에 가장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도 모르는 지경에 이른 것처럼요. (솔직하게 고백하면 부모님 전화번호도 가끔 헷갈려요. 머쓱)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그런 트렌드를 쫓아가야 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인데... 어쩌면 대치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결국은 버티고 버티다 스마트폰을 구매하게된 경험 덕분에, 이제는 저답게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신문물(?) 생성형 AI를 어떻게 현업에서 사용하고 있을까요?
아이디에이션
기획자라는 직무가 있지만 소속환경에 따라 기획과 디자인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는데요. 제가 바로 그런 환경에 있습니다. 대표 혹은 클라이언트의 대략적인 아이디어만을 듣고 서비스의 그림을 그려야 할 때 생성형 AI가 중요한 역할을 해줍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뭐 하나라도 그려진 채로 시작하니 아이디어를 더해나가기 수월합니다.
더미콘텐츠생성
디자인 가안을 팀원들 혹은 클라이언트에게 보일 때 그럴싸한 더미콘텐츠의 역할이 꽤 중요합니다. 생성형 AI를 접하기 전에는 더미콘텐츠계의 대부(?) 로렘입섬을 넣었는데요. 완성도가 떨어지는 디자인처럼 보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가안이라고 할지라도 팀원들의 진짜 피드백을 받기도 전에 미흡한 첫 인상을 주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럴싸해 보이기 위한 콘텐츠를 고민해서 넣기 시작했어요. 더미 콘텐츠에 고민이 들어가니 적지 않은 시간을 가져갔어요. 이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서비스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프롬프트를 주고, 더미텍스트를 요청합니다. 디자인 조수가 생긴 느낌이랄까요.
UX라이팅
크게는 기획&디자인&개발이면 하나의 서비스가 탄생할 수는 있지만, 유저가 서비스를 사용하며 느끼는 브랜드 이미지와 서비스에 대한 인상은 UX라이팅이 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데요. 제한된 자원(언제나 부족한 시간, 부족한 인력!)으로 운영되다 보니 라이팅까지 돌아볼 겨를이 없어요. 길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정확하게 전달하며 친근한 어조로 다가갈 수 있는 제품 언어를 만들 때 생성형 AI가 똑부러지게 제 역할을 해줍니다. 글로벌 서비스를 디자인하지만 한국인이다 보니 어떤 영어문구가 들어가야 할지 애매할 때도 많은데요. 특히 "영어"라는 언어에 있어 Chat GPT는 만능이라 볼 수 있죠.
Chat GPT 뿐만 아니라 검색엔진 빙과 접목시킨 빙챗, 한국어에 강한 네이버의 클로바 등 다양한 생성형 AI가 있어요. 각 서비스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안다면 업무 능률이 매우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