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회사에서 UX UI 디자인을 합니다.
회사에 퇴사 바람이 불었습니다. 회사는 팀원 모두를 원하는데 익월부터 급여를 주기 어려우니 남아서 함께 견뎌볼 것인지, 지금 떠날 것인지를 묻더라고요. 견뎌보는 그 기간은 약 2~3개월 정도입니다.
몇 안 되는 팀원 안에서도 남겠다는 사람, 떠나겠다는 사람,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 그리고 아직 결정을 못한 사람 다양합니다. 조직의 와해가 너무 빨리 닥쳤어요. 새로운 팀원들을 들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음도 있었고, 무리한 신사업 확장 등 다양한 이슈로 팀원들과 웃으며 조직의 와해를 이야기 나눴었지요. 마냥 함께 할 것 같았던 팀원들과 당장 빠르면 2주 후부터 한 명씩 떠나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통보 전/후의 온도차. 바로 하루 전날, 아니 통보 직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해볼까요? 저렇게 해볼까요? 머리를 모으고, 언제 휴가를 갈 예정이니 그때 맞춰서 업무를 마무리해 보자 등등 다음 달도, 다다음 달에도, 함께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거든요.
그래서 제 결정은 뭐냐고요? 남기로 결정했어요. 대표로부터 회사상황을 듣자마자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대표는 하반기에 자기가 예상하는 매출에 대해서 이것저것 열심히 설명했지만(저희가 남아주기를 바라니까요.) 제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어요. 남겠다고 결정한 건,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회사에도 반드시 도움이 되는 그런 일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 대답에 고려하지 못한 큰 변수가 있더라고요. 팀원들은 나와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 계획에 팀원을 넣지는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수월하고 무엇보다 재미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혼자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통보 후 약 열흘이 지났어요. 어느 날은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하고, 왜 이런 상황을 겪게 하는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대문자 T인 줄 알았는데 세상 이렇게 감정적일 수가 없네요. 저도 새로운 제 모습에 놀랐습니다.
소동을 겪고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은 두 번째 주말입니다. 세번째 주말을 겪고 나면, 정말 남아있을 사람만 남게 되겠네요. 싱숭생숭하지만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려합니다. 그만 흔들리고 제 선택을 믿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