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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un 18. 2020

04.승무원이 되기 위해서 천만 원 썼다. FLEX

나의 꿈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 일까?

여러분은 꿈을 위해 얼마를 쓰실 수 있습니까?


하루를 살아도 돈 걱정 안 하면서 편히 살고 싶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최고고 "돈"으로 사회 계급이 나뉩니다. "돈"이 세상이 전부이구나, "돈"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구나라는 것을 저는 승무원을 준비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내가 나의 꿈을 이루겠다는 데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왜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 조차 마음 편히 할 수 없는 건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갖겠다는 데, 왜 돈을 내고 직장을 구해야 하는 건지.. 돈이 없으면 꿈조차 가질 수 없는 건지.. 제가 세상의 민낯을 본 것은 아마도 이때였을 것입니다.

외항사 승무원이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제일 큰 걱정이 바로 "돈"이었다.

해외로 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 표, 숙박비, 교통비, 식비가 들고 그 외에 면접을 위한 면접복, 구두, 스타킹, 헤어 제품, 화장품이 필요하다.

"원래 사용하던 제품 쓰면 되잖아, 왜 또 사?"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돌멩이에 지나가던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평상시 화장하는 것과 외항사 승무원 면접용 화장은 엄연히 다르고 의상도 그냥 일반 정장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본인의 매력이 돋보이는 의상을 입어야 한다. 또, 동남아로 면접을 보러 가느냐, 유럽으로 가느냐에 따라 의상 색이 달라진다. 흔히, 한국인들이 타인에게 상처 주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모르면서 툭하고 내뱉는 말이다.


'왜 또 사?'가 아니라 '이거는 뭐에 필요한 거야?' "아"다르고 "어" 다르다는 거 알면서 자기는 상처 받고 싶지 않아 하면서 왜 타인에게는 그토록 잔인하게 구는 것일까.... 이런 사소한 서운함이 쌓여 나는 언젠가부터 입을 다물게 되었다. "왜 이렇게 말이 없어?"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물어보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의 세상 가장 나긋나긋한 말투로 나의 마음을 베어버렸던 그 순간을 너는 기억하지 못하는 데,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하니..


내게 변한 게 아니라 네가 날 변하게 만든 거야라고 속으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유치원 때부터 날 보는 모든 사람, 지나가는 아주머니도 내게 '꿈이 뭐야?'라고 가볍게 물어왔다. 나의 꿈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늘 가볍게 물어온 질문에 어릴 때는 철없이 가볍게 대답하였다. 어느 순간 나는 내 꿈을 쉬이 말할 수 없었다. 타인의 시선, 지인의 무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드는 비용 때문에 나의 용기는 발이 달려 달아나 버린 것인지 나는 누구에게도 쉬이 나의 꿈을 말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승무원을 준비하는 3년이란 기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친구에게 지인에게 승무원 준비한다고 말해 본 적이 없다. 내 돈을 들여 꿈을 이루는 데 왜 가까운 지인이 , 날 가장 걱정해줘야 할 친구가 '네가 뭔데?, 그거 아무나 하는 줄 아나?'  이런 날카로운 말로 내 마음에 상처를 내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꿈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에게 절대로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말하지 않기로 다짐하였다.

유럽으로 면접을 보러 가게 되면 기본 지출 비용이 2-3백만 원이 되었다. 말이 2-3백만 원이지 나는 여러 번 해외 면접을 보러 갔기 때문에 천만 원 가까이 들었다.

이렇게 장기간 준비하게 될 거라고는 큰돈을 쓰게 될 거라고는 처음 준비할 때 알지 못하였다. '그래, 한 번에 붙어서 3백만 원 월급 받으면 바로 아버지한테 드려야지.'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유럽으로 갔었다. 하지만, 유럽으로 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또,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으로 꿈을 이루려고 가는 나의 마음은 늘 어두컴컴한 한 밤 중이었다.

꿈을 이루려고 가는 해외 면접에 늘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있었다. 내가 철이 없어서 아버지 돈만 바라본 것은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하였지만, 아르바이트만으로는 오픈데이 비용이 감당이 안되었다. 도대체 아르바이트하면서 취직을 준비하는 대학생, 일반인은 어떻게 토익학원 비용을 감당하고 월세를 감당하는 건지 ,, 새삼 나는 매일매일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 한가운데 서있을 그들이 실로 대단하고 아주 크게 보였다. 이 세상에 위대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취준생이다.


세 번째 유럽을 가게 되었을 때, 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도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것일까? 꿈을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원하는 직업에서 오는 만족감과 더불어 거기서 오는 월급에서 오는 행복함일 것이다. 돈을 벌려고 나는 꿈을 이루고자 하는데 왜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 것인가.

자, 생각을 해보자. 즉, 이 말은 " 돈이 없으면 꿈도 꾸지 말라." 이 말인 것인가.. 문득 든 어이없는 생각에 나는 실소가 나왔다.

왜 어릴 때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상당한 금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현실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인가.. 왜 2002년 월드컵에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다들 외치면서 거기에 꿈을 이루기 위한 충족조건으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은 것일까..

나는 내가 이렇게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한 인간인 줄 유럽행 비행기표를 끊을 때와 자소서를 적을 때 뼈저리게 느꼈다.

"살면서 가장 창의적인 일을 하였을 때에 대해 적어 주십시오"라는 자소서 질문을 보는 순간 나는 머리를 아주 세게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학창 시절 내내 선생님 말 잘 듣고, 조용하게 있고, 문제 만들지 말고, 학교 잘 다니고... 이것이 네가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의무야라고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들었던 말인데, 갑자기 창의적인 일이라니..
어른들은 내게 남들이 자장면 먹으면 자장면 먹고 짬뽕 먹으면 짬뽕을 먹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일을 한 적이 생길 수가 있는 것일까.. 자장면 대신 짬뽕을 먹고 싶다고 의견을 내는 순간마저 어긋난 행동이라고 말하고, 같은 자장면을 더 맛있게 먹고자 한다면 그건 유별나다고 눈살을 지푸리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못하게 막으면서 도대체 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창의적인 일을 해볼 수 있었단 말인가.. 나의 학창 시절은 그저 말 잘 듣고 부모님 속상한 일 안 만들고 무난하게 평범하게 지내는 게 나의 최선이자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소서는 이런 내게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거 같아서, 나의 학창 시절 전부를 손가락질받는 거 같아서 자소서의 단 한 줄도 적을 수 없었다.


자!! 이제 나의 꿈을 돈으로 환산해 보자.

제목에서 나와 있는 거처럼 나는 거의 천만 원을 썼다. 나의 꿈은 천만 원짜리다.  

당신의 꿈은 얼마짜리입니까?

같은 꿈을 같은 직업을 가지더라도 사람마다 꿈에 대한 지불 값은 다를 것이다.

한국에서 운이 좋게 채용이 열려서 붙었다면 당신의 꿈의 값은 교통비, 메이크업비, 의상비 정도 일 것이다. 여러 번의 낙방으로 꿈에 대한 값을 많이 치러야 했던 나는 아버지께서 주셨던 파파 앤 캐시를 승무원이 되고서 3개월 안에 갚을 수 있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꿈을 이루기 위해 치러야 했던 비용을 단 3개월 만에 갚았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돈이 많이 들어서 포기하려고 했다면 내가 파파 앤 캐시에 빌렸던 대출금 상환을 단 3개월 만에 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돈 없는 사람 꿈도 꾸지 말라, 돈 많이 드니깐 승무원이라는 꿈을 포기해' 이런 말이 아니다. 남들은 쉬운 길로 한 번에 적은 비용으로 승무원이 될 수 있지만, 나는 그리고 이 이야기를 보는 당신의 길은 조금 험난 할 수도 있고 돈이 많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할 거라면 당신은 이 험난한 여정의 끝의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선, 누군가가 당신을 우러러보고 있다는 점, 부모님에게는 한 없이 자랑스러운 자식이 될 수 있는 이 어마 무시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


나의 꿈에 대한 비용은 힘들어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와도..반드시 해내리라는 단단한 각오와 굳은 의지로 감당하였고, 그 끝은 달콤한 보상과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으로 되돌려 받았다.


자!! 이제 다시 질문을 해 보자.

당신은 당신의 꿈에 대한 비용을 갚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할 각오가 되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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