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짧은 글쓰기 - 초라해도 괜찮아
'초라함'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모든 습기를 머금은 옷을 입은 것처럼 축축하고 불편해졌다. 책꽂이에 쌓여있는 10대 때의 기록을 굳이 열어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성장기 시절 대부분은 초라함으로 가득 차 있다. 초라함을 느꼈던 상황이 언제였을까, 가만히 가늠해 보니 거의 매 순간이 초라함 속에 갇혀 있었다. 특히 비슷한 연령대와 같은 지역, 유사한 성적으로 묶여있던 그룹에 속해있을 때 유독 그러했다. 다양한 형태의 삶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지만, 그때는 왜 또래 친구들의 환경이나 상황에 열등감을 가졌을까. 나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그것이 전부 나의 약점으로 여겨지거나 누군가에게 동정의 대상이 될 거라는 생각에 진심으로 다가설 수 없었다. 그래서 혼자가 편했고, 마음을 나누거나 곁을 내어주는 것이 인색했던 시절이었다.
수많은 초라한 면면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로 온전히 서있게 한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가장 초라했던 순간의 모습을 인정하고 보듬는 순간, 가장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초라하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초라함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는다. 가끔 초라한 상태를 인지하게 되어도 의연하게 끌어안을 수 있는 다정함을 갖게 되었다. 그러니 부디 나 자신을 초라한 상태로 머무르지 않게 하기를, 슬프고 초라했던 나의 10대를 부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곁에 머물며 그런 초라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누구든 초라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지금 초라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