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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Oct 18. 2022

나의 목표는 평영 잘 하는 할머니

025. 수영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재밌는 일이다. 어쩌다 내가, 물공포와 파도 트라우마가 있는 내가, 수영장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어쩌다 수영을 ‘취향’이라 말할 수 있게 되었나. 수영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지 5년이나 되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물론 중간에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3년이나 멈춰 있었고, 여전히 수영장 레인에서 물을 먹고, 자유형 밖에는 할 줄 모르지만, 어쨌거나 수영을 꾸준히 열망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무조건 잘 해야 취향이 되는 건 아니지만, 공포에서 취향으로 많이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수영 강습을 받는다는 것은 아주 대단히 힘든 일이었다. 일단, 근처에 수영장이 있어야 하고, 수영 강습반의 자리가 나야 한다. 자리가 있어도 강습을 신청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내가 처음 강습을 받았던 곳은 6시부터 현장에서만 선착순 신청을 받았는데, 4시 반에 일어나 부지런을 떨면서 도착했으나 이미 대기실은 만원이었다. 내 앞에서 신청이 끊길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실제로 내 뒤에 선 사람을 마지막으로 마감이 되었다. 어렵게 신청한 수영 강습을 1년 조금 넘게 다녔다.


처음에는 뜨는 게 어렵고, 다음에는 발차기로 나가는 게 힘들고, 다음에는 숨쉬기가 어려웠다. 옆 레인에서 치는 물살도 무섭고, 당황하면 가라앉기 일쑤여서 공포가 새롭게 일었다. 그래도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수영 강습은 빠지지 않고 나갔다. 나와 같이 시작한 사람들은 상급반에 올라가 옆 레인에서 접영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초급반에 머물러 있었다. 당시의 나는 물과 조금 더 친해지는 과정을 스스로 거치는 중이었고, 중간에 쉬지 않고 레인의 저 끝까지 자유형으로 헤엄쳐 가기까지 딱 1년이 걸렸다.


그때의 내 최대 고민은 ‘어떻게 물을 먹지 않고 숨을 쉬는가’였다. ‘(으으) 음-파(핫)!’의 개념을 터득하기까지 매우 오래 걸렸다. 다시 수영 강습을 다니기 시작한 요즘, 이제 막 평영 발차기를 새롭게 배우고 있다. 최근 나의 고민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평영 발차기로 쭉 앞으로 나가는가’이다. 허리에도, 무릎에도, 골반에도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쭈욱 미끄러져 가듯이 발차기를 하는 것. 아직도 물이 무척 무섭고, 긴장감으로 몸이 뻣뻣하게 굳는다. 뭐, 언젠가는 되겠지. 진도가 아무리 느려도 할머니가 될 때까지 못할 리는 없을 테니까. ‘평영 잘 하는 할머니’가 나의 수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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