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 청소
집안일 중에 가장 미루게 되는 건 아마도 청소가 아닐까. 일단 매번 식사를 할 테니 설거지는 수시로 해야 하고, 사회생활을 하려면 빨래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청소는 품은 많이 들지만 티가 잘 안 나고, 더러운 것도 나만 불편하면 되니까 미룰 때까지 미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삶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청소였다. 나의 경우에 정돈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서 충분한 쉼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일요일에는 청소를 해왔다.
이것은 하나의 루틴. 일단 구역을 나눠서 테이블이나 꺼내져 있는 물건과 그릇, 옷은 모두 수납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한다. 욕실의 세면대와 변기를 청소하고, 각 공간의 쓰레기통을 비운다. 건조기의 필터에 모여있는 먼지와 세탁기와 청소기 먼지 통을 털어낸다. 쓰레기봉투를 꾹꾹 눌러 묶고, 내다 버리는 것까지 하면 모두 완료된다. 특별할 것도 없고 별거 없어 보이는데 거의 한나절은 뚝딱 사라진다. 거기다 가구 위치를 바꿔보거나 옷 정리나 책장 정리를 시작하게 되면 하루가 금세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어릴 때 기억은 대부분 희미한데 유난히 또렷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모친이 창문을 모두 열고 청소를 하던 모습이다. 그때는 흔했던 전축을 켜고 흥얼거리며 먼지를 털어내던 장면이 사진을 찍은 듯이 기억난다. 그 영향인지 나도 청소하기 전에는 음악을 켜둔다.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청소기를 밀고 다니는 것도 꽤 흥겹다. 온갖 노동에 왜 때마다 부르던 노래가 있었는지 이해가 된다. 일정한 리듬이 생겨 능률도 오르고, 귀찮다 여기는 과정이 즐거워지게 되니까. 시간을 들여 그렇게 청소에 몰두하며 움직이고 나면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느낌이 들고, 몸도 개운해지고 공간도 쾌적해져서 충분한 쉼이 된다.
이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는데, 나의 오래된 습관 중 하나는 여행 가기 전에는 무조건 청소를 하는 것이다. 어딘가로 떠난 후에 돌아온 내 공간이 정돈되어 있으면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어 비로소 안심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청소는 그런 것.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있어야 할 자리에 돌아가고, 또 가끔은 과감히 비워내는 것. 공간을 정리하며 또 내 일상을 가다듬는,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