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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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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호 Aug 28. 2020

<아무튼 출근> 씨의 정규직 전환을 요청합니다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이 의미 있는 이유

   정규직을 노리는, 새 계약직 프로그램이 MBC 예능국에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바로 <아무튼 출근>! 개개인의 직업과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V-log 형식을 취하는 트렌디함, 그리고 김구라·장성규·박선영·윤두준이라는 화려한 진행자 스펙까지 갖췄다. 직업이라는 것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다 보니 직업을 방송 소재로 다룬다고 하면 왠지 교육적이거나 진지하기만 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신참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해당 소재를 예능으로 잘 풀어내는 듯 보인다. 파일럿 프로그램인 <아무튼 출근>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계실 높은 분들을 위해 그가 필요한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하나직장생활 이야기로 타파하는 세대 차이     

사진= <아무튼 출근> 1화

   <아무튼 출근>은 직장이라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며 오늘날 직장 인력인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부터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간 소통을 끌어낸다. 하는 일과 나이는 달라도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일들은 대체로 비슷한 만큼 모든 이의 관심사이자 일상생활의 일부인 ‘밥벌이’를 소재로 하는 <아무튼 출근>은 세대불문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MC들과 젊은 출연자들이 나누는 짧은 대화에서도 이 부분이 잘 드러난다.   

   “일하다 보면 힘든 점도 있을 텐데요?”

   (이규빈 씨) “공무원 조직이다 보니 개인의 판단대로 보고서가 외부로 나가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과장님과 국장님께 수정 받고 총리님 선까지 보고를 드려야 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치다 보면 지칠 때가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이라는 것이 자료를 잘 요약해서 담아내야하기 때문에 어려운 거거든요~”

   (이민수 씨) “저는 스타트업 부서에 속해 있는데, 사실 영업이라는 것은 성과를 보여줘야 하잖아요. 수치가 곧 저의 능력이 된다는 사실이 부담될 때가 있어요.”

   “아~ 맞아요! 그게 제일 힘들어요. 저도 해보니까 진짜 남의 돈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MC들은 달라진 직장 문화에 관해서도 대화를 활발히 이어나간다. MC 김구라의 “라떼는 말이야~” 레퍼토리는 상사에게 혼자 점심을 먹겠다고 당당히 말하거나 반바지를 입은 채로 출근하는 요즘 직장 문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윗세대의 공감과 위로가 선행되기에 그의 이야기가 마냥 기분 나쁘게 들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의 이야기에 출연자들이 이런저런 대답을 이어가면서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직장 내 분위기는 어떠한지 자연스럽게 얘기를 주고 받는다.      

   <아무튼 출근>은 ‘꼰대’ 소리를 들을까 봐 차마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윗세대의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또 젊은 세대에게는 그동안 ‘잔소리’라고 생각해 듣기 싫던 윗세대의 조언이 비로소 위로와 공감으로 여겨지는 신기한 경험을 제공한다. <아무튼 출근> 스튜디오 안에서 MC와 출연자들이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안방에서 이루어질 차례다.        


변화하고 도전하는 젊은 세대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사진=<아무튼 출근> 2화

   “저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개발자가 됐는데, 제가 원하던 일이 아니어서 우울증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달릴 때의 행복함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러닝 전도사’라는 직업을 ‘만들게’ 됐습니다.”

   러닝 전도사 안정은 씨는 아침에 인왕산을 들렀다가 카페로 출근한다. 카페를 사무실 삼아, 달리면서 대한민국 곳곳을 여행하는 런트립(Run-Trip)을 기획한다. 그리고 저녁에 SNS를 통해 모집한 러닝 크루와 한강을 뛰고 나면 그의 하루가 끝이 난다. 그는 러닝 전도사로 일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리기를 통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다. 이제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라는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무튼 출근>에서 다룬 직업은 다양하다. 색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의 삶이 시청자에게는 신기하게만 여겨진다. 우리에게 그들의 직업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해당 직업들은 기성세대가 도전하지 않았던 분야를 개척하며 그들 스스로 정의한 직업인 데다, 일하는 방식마저 기성 틀을 따르지 않고 주도적으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와 Z세대는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 특히 직업을 선택하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한 기준점을 설정하는 데에서 특히 그렇다. 안정적인 직장의 필요성을 느끼는 동시에 나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도 열망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딜레마를 벗어나 과감히 변화의 바람에 몸을 맡긴 출연자들을 보면서, 청년 시청자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미래 일자리 중 60%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몇 전문가들도 2030년경에는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최소 여섯 번 이상 직업을 바꾸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직업을 선택할 때 고정관념을 버리고 변화에 대한 도전을 마다치 않아야 하는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아무튼 출근>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청년 시청자들이 더 열린 마음으로 직업을 고민해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 인생에서 먹고 사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밥벌이를 단순히 먹고 사는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우리 인생에서 직장생활이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나 크다. 하지만 직업과 직장생활을 소재로 세대를 넘나드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지금껏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무튼 출근>은 직장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해’와 ‘공감’이라는 공통분모를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들에게 제시한다. 그 덕분에 윗세대는 젊은이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고, 젊은 세대는 비슷한 고충을 견뎌낸 윗세대를 향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청년 시청자들은 색다른 직업을 선택한 이들의 삶을 보면서 안정적이고 정형화된 직업을 갖는 것이 늘 최고의 답안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면, 그것이 뭐가 됐든 과감히 도전해 봐도 괜찮다는 <아무튼 출근>의 또 다른 메시지. 이것이 진로 선택이라는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청년 시청자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로 읽힌다. 모든 세대에게 값진 의미를 전달하는 이 프로그램은 MBC에서 계속되어야 한다. 꼭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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