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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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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호 Sep 24. 2020

무지개 마을 마봉춘 씨네 7남매를 소개합니다

<나 혼자 산다>의 멤버들이 한 가족이라면?

‘<나 혼자 산다> 패밀리가 정말 한 가족이라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한 가족인 멤버들이 고향 집에 들어서는 가상의 상황 속에서 과연 멤버들의 캐릭터는 어떻게 드러날까?       


추석을 맞아 마봉춘 씨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뭣 하러 먼 데까지 내려온다고 하냐!”라고 했지만, 그는 오랜만에 자식들 얼굴을 볼 생각에 내심 기쁘다. 자식들이 서울살이 하는 탓에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올 명절은 집이 복작복작 댈 것 같다고 친구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봉춘 씨. 추석을 하루 앞두고, 하나둘씩 자식들이 집에 도착하기 시작한다!        


집안의 큰손, 맏딸 세리


사진=MBC

집 문턱을 넘는 세리를 보니 양손에 무얼 한가득 들고 있다. 얼핏 보니 쇼핑백이다. 세상에! 자세히 보니까 백화점 명품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얼마 전에 백화점에 갔더니 아빠랑 엄마 생각이 나서요. 친구분들 만나실 때 편하게 입으세요. 얼마 안 해요~” 

프로 골퍼일 때 미국에서 받은 상금으로만 생활해도 충분할 정도로 돈이 많은 그녀답게 부모님을 위한 씀씀이가 넉넉하다. 차 트렁크에 쇼핑백 말고도 짐이 더 있다고 말하는 그녀. 트렁크를 열어보니 웬 상자들이 많다. 상자에는 팬트리를 만들기 위한 조립 제품들, 그리고 여러 가공식품이 가득하다. 한두 개씩 사느니 그냥 한 번에 구매해버리는 게 편하다고 말하며 “으흐흐흥” 특유의 웃음소리를 낸다. ‘리치 언니’의 부 내음이 명절 음식 냄새보다 더 강하게 나는 듯하다.      


까다로운 시누이(?) 재질, 혜진


사진=MBC

둘째 딸 혜진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집에 들어선다. 들어오자마자 세리가 사놓은 온갖 가공식품을 보며 경악하는 혜진. “네 언니가 사 왔단다.”라고 말하는 엄마의 말에 혜진은 세리를 휙 바라본다. 사온 망고를 맛있게 먹고 있는 세리에게 혜진이 말한다. 

“아, 언니! 다이어트하려면 단 과일 줄여야 한다니까~”

언니에게 앞으로 줄여야 할 음식을 읊어준 뒤, 엄마가 해놓은 음식을 살펴보면서 칼로리를 계산하는 그녀. 추석 연휴 끝나고 화보 촬영이 잡혀있어서 요새 식단 관리에 여념이 없단다. 그녀가 '혜진 전용 돼지고기 수육'을 발견하더니 잠시 고민한다. 그리곤 집게와 가위를 들고 와 비계를 발라내기 시작한다. 몸을 써서 돈 버는 사람이 몸 관리를 안 하면 무책임한 것이라는 그녀. 역시 톱 모델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혼기 꽉 찬 셋째 아들, 성훈


사진=MBC

“왈왈!” 

성훈의 반려견 양희의 울음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린다.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온 지를 아는지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달려온다. 제발 천천히 가자며 양희의 목줄을 다잡는 성훈. 

부엌에서 명절 음식을 보고는, 급하게 손을 씻는다. 그리고 부쳐놓은 전에 손을 뻗는 그. 하나하나 맛보고는 “와, 진짜 너무 맛있다!”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짜니까 있다가 밥에다 같이 먹으라는 엄마의 말씀에 그가 아쉬운 듯 돌아선다. 그러면서 그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송편이랑 식혜는 어디 있어?” 

송편을 먹고 있는 그에게 가족들이 달려들어 질문 공세를 시작한다. 

“손담비 씨 좋은 사람 같더라. 결혼 얘기는 해봤어?” 

“아 진짜! 그냥 친구라니까~ 결혼은 때 되면 내가 알아서 한다고.”

“야, 친구 좋아하네! 친구 머리를 누가 그렇게 쓰다듬어? 누나들이 네 여자에게만 친절하라고 말했다~” 

그가 송편을 들고 조용히 구석으로 몸을 옮긴다.           


왠지 모르게 아픈 손가락, 기안


사진=MBC

넷째 기안이 눈을 끔뻑끔뻑하며 대문을 연다. 그리고 엄마에게 딱히 뭘 사 올지 몰라서 전을 직접 부쳐봤다고 말하는 그. 명태전을 부쳤다는데, 달걀부침이 다 헤져있다. 그래도 음식은 정성이니까 뭐. 

웃통을 벗고, 별말 없이 거실에 자리를 잡는다.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다, 창문에 붙어 있는 풀벌레를 주시한다. 그리고 문득 영감이 떠올랐는지 스케치북과 펜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한참 동안 벌레를 관찰하고 그리는 데 집중하는 그. 

집에 들어오니 식사를 위해 가족들이 둘러앉아 있다. 가족 틈에 앉더니, 그는 주눅이 든 모습이다. 눈만 끔뻑이던 그가 느닷없이 한 마디를 내뱉는다. 

“걱정시켜드려서 다들 죄송합니다. 잘해보려고 하는데 일이 제 마음 같지 않네요…….”  

어리둥절한 가족들에게 직장에서 문제가 좀 있다고 털어놓는 그. 그의 고해성사가 시작되자 다들 수저·젓가락을 들기 미안해진다.       


분위기 메이커 며느리 재질, 나래


사진=MBC

다섯째 딸 나래가 남다른 발성으로 “에브리바디 나이스 투 밋쮸~ 읏짜!”하니 온 동네가 들썩인다. 입고 있는 옷에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이 모두 담겨있다. 화려한 의상에 가족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 추석 명절인 만큼 기분 좀 낼까 해서 의상에 힘 좀 주었단다. 

나래는 직접 만든 매실주를 항아리 채로 가져왔다. 이걸 누가 다 마시느냐는 부모님의 타박에 “세리 언니! (술 마시는 손짓을 취하며) 똑! 오늘 한잔해야지? 으하하하”하고 호탕하게 웃는다. 

“어머나, 세상에~ 육전에는 술이 세뚜~ 세뚜~”

흐느적거리며 매실주를 부엌으로 옮겨두고, 나머지 짐을 푸는 나래. 열어보니 옷들이 담겨있다. 집 정리를 하면서 입지 않는 옷들을 나누려고 가져왔단다. 비싸게 주고 샀는데 몇 번 입어보지도 못했다면서 이웃집 이모들한테 어울릴만한 옷을 챙겨 왔다는 나래. 가시나가 정이 많다.  


애지중지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아들, 헨리


사진=MBC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빠와 엄마를 포옹하는 헨리. 너무 보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눈웃음을 짓는 그의 몸짓에서 애교가 뚝뚝 흐른다. 요리하는 엄마 뒤를 따르며 뭐 만들고 있는지를 묻는 그. 엄마는 “간 좀 볼래?” 하며 헨리에게 수저를 건네지만, 그는 짓궂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콩콩콩~ 문을 열어주세요~’ 해줘야지, 엄마.” 

어린아이처럼 음식을 먹여달라는 그의 말에 엄마는 “어이구~”하면서도 그가 해달라는 대로 해준다. 

음식을 받아먹은 그는 갑자기 부엌의 유리컵을 보더니, 주섬주섬 음악 장비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그의 공연! 젓가락으로 유리컵을 두드리는 소리, 비닐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리, 쓰레기통을 두드리는 소리. 마지막으로 바이올린을 곁들이자 그 모든 게 어우러져 금세 팝송 한 곡이 완성된다. 집안에서 갑자기 하는 공연치고는 양질의 음악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는 가족들. 그저 박수만 칠뿐이다. 

“음악은 어디서든 탄생할 수 있지, 후후!”이라고 말하며 뿌듯하게 웃는 그다.      


손 하나 까닥 안 해도 오케이, 어화둥둥 막내 화사


사진=MBC

“저 왔어횽~” 나른한 목소리로 막내딸 화사가 인사한다. 짐을 대충 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머리는 가채를 틀 듯이 한껏 올려 말았다. 

말없이 냉장고를 뒤적거리다, 잘 익은 옥수수를 젓가락에 꽂아 우적우적 먹으며 소파로 향하는 그녀. 허리가 안 좋은 그녀는 그대로 소파에 대(大)자로 안착! 소파와 한 몸이 되었다.  

밥 먹으라는 엄마의 목소리에 몸을 움직이는 그녀. 막내딸이 좋아한다고 엄마가 특별히 준비한 삼계탕과 곱창볶음이 눈에 들어온다. 닭다리 하나를 크게 집어 든 그녀. 뼈를 발라내는 데 긴 손톱이 거슬리는 모양새다. 톡톡톡 가짜 손톱을 뜯어내버리고 먹는 데 집중한다. 

식사가 끝날 즈음, 막내가 좋아하는 닭죽을 만들고 있는 언니 나래를 빤히 보던 그녀가 한마디 한다. 

“화장이 진해서인가? 와, 지금 언니 인상 엄청나게 나빠 보인다. 헤헤” 

웃는 얼굴로 언니에게 촌철살인을 날리는 막내. 이래서 ‘막내 온 탑’이라는 말이 있는 걸까.       


“온 가족 함께 모여 송편을 빚으면 / 대청엔 이야기 도란도란 들려요” 

명절날 조용하기만 하던 봉춘 씨네 집이 모처럼 사람 사는 집 같다. 그렇다. 명절은 자고로 가족들로 집이 시끌시끌해야 제맛 아니겠는가? 

하지만 봉춘 씨네 가족과 달리, 이번 추석에는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향 집에 내려가지 못하고 홀로 명절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집밥과 시끌벅적한 담소가 유난히도 그리울 올해 추석.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몸과 마음은 헛헛해도, <나 혼자 산다>와 함께라면 우리의 눈과 귀는 풍요로울 수 있다. 우리에게는 ‘무지개 회원’ 가족들이 있지 않은가! 만나면 좋은 친구 MBC에서(아니면 WAVVE에서), 만나면 좋은 가족 ‘무지개 회원들’과 함께 우리 모두 조금 덜 외로운 한가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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