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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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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호 Nov 02. 2020

올가을엔 감성 가득 음악 라이브 <더 컬러>와 함께

<더 컬러>의 매력을 찾아서

   사람들은 가을 하면 감성적인 계절, 외로운 계절이라고들 한다. 초록 잎이 빨갛게 물들어 가는 자연의 변화가 심리적인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닐까 싶다. 이렇게 감성이 극대화되는 계절엔 음악만큼 큰 위로가 되는 것도 없다. MBC M이 최근 선보인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 <더 컬러>는 가을에 아주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무거운 소식이 가득한 요즈음, 감성을 자극하는 무대로 시청자들의 지친 마음을 다독여줄 만반의 준비를 한 듯 보인다.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음악적인 퍼포먼스와 따뜻한 감성까지 담아낼 음악 라이브 쇼! <더 컬러>는 어떤 색을 가졌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색으로 물들어 가면 좋을지 이야기해보겠다.      


  따뜻한 색, <더 컬러>: 팬들을 위한 선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예술계에서 주문이자 다짐처럼 쓰인 이 말도 코로나 앞에서는 무기력해졌다. 대중과 대면할 수 있는 공연이 줄어든 탓에 안타깝게도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소통이 어려워지고 말았다. 서로가 직접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부족해져 아티스트와 팬 모두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더 컬러>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한다. <더 컬러>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창구를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팬의 입장에선 이 시국에 나의 최애 아티스트가 공연하는 모습만 볼 수 있어도 감지덕지한데, 감사하게도 <더 컬러>는 구성까지 알차다. 매회, 아티스트 별로 지금까지 발매했던 타이틀 곡, 앨범 수록곡, 그리고 발매 예정인 ‘미공개 곡’까지 아낌없이 담아낸다. 그리고 <더 컬러>는 아티스트가 공연의 구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기 때문에 곳곳에 팬들을 대리 만족시켜줄 요소들이 가득하다. 에일리는 자신의 히트곡 ‘U&I’를 이집트풍으로 바꿔서 불렀다. 에일리는 “첫 단독 콘서트에서 불렀던 편곡 버전을 방송 최초로 들려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 윤하는 일본 활동 당시 발매했던 곡 ‘바람’을 번안하여 <더 컬러>에 들고 왔다. “팬들이 뽑은 리메이크 되었으면 하는 곡’ 1위 한 곡이라서 더 컬러를 통해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곡과 따끈따끈한 신곡을 눈과 귀로 맛보고, 팬들을 향한 아티스트의 따뜻한 마음마저 전달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더 컬러>는 팬들에게 공연장 못지않게 아티스트와 곡에 대해 알아가면서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물방울 색, <더 컬러>: 아티스트가 직접 고른 음악 인생의 색깔


   사람의 첫인상은 색깔로 표현할 수 있다고들 한다. 음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곡을 쓰고 노래에 감정을 담아 부르는 것도 사람이 하는 작업이고, 노래를 듣는 것도 사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껏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이 무슨 색일까?’를 고민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음악의 Color를 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더 컬러>의 방향성은 매우 참신하다. 

   음악을 색깔로 담아내기 위해서 <더 컬러>가 선택한 방법은 질문하기, 즉 인터뷰다. 사전 인터뷰를 통해 아티스트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음악적 색깔에 대해 고민하고 답하는 <더 컬러>의 핵심 코너, ‘Palette Interview’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정의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재미있다. 예를 들어 윤하는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초반에는 화려한 빨강·초록색이었다면 현재는 물방울 색”이라고 표현했다. 선정 이유를 묻는 말에 그녀는 “물방울은 파란색인 듯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투명한 색인 것처럼 다양한 컬러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만약 아티스트가 자신의 곡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음악 인생을 하나의 색으로 꼽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바꿔 말하면 아티스트의 진솔한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이 코너가 더 매력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아티스트와 문답을 주고 받으며 시청자와 팬들이 해당 아티스트의 음악을 곱씹어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더 컬러>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이다.      


아직은 옅은 색, <더 컬러>: 음악과 색의 연관성이 드러난 질문을 고민해야


   곡 자체 그리고 아티스트를 색깔로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이 <더 컬러>만의 가장 큰 강점이다. 하지만 음악과 색을 연관 짓는 질문이 부족한 탓에 현재 <더 컬러>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1, 2회 속 ‘Palette Interview’에서 에일리와 윤하 모두 “좋아하는 음식 색은?”, “좋아하는 날씨는?”이라는 질문을 공통으로 받았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음악적 색깔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더 컬러>에 이런 사적이고 단편적인 질문들이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나라면 오히려 “데뷔곡을 색깔로 표현하자면?”, “팬들은 내 음악을 무슨 색이라고 생각할까?”, “다음 앨범 표지에 꼭 들어갔으면 하는 색은?”과 같은 질문을 다룰 것 같다. 음악적 색깔에 대한 대중과 아티스트 간 시각 차이를 좁힐 수 있고, 시청자가 아티스트의 다음 앨범의 방향을 미리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컬러>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컬러>의 몇몇 인터뷰 질문들은 유튜브 채널 <Vogue>의 ‘73 Questions’의 질문과 결이 비슷하다. 거기서도 “금색과 은색 중 어떤 색의 목걸이를 선호하나요?”, “지금 마시고 있는 주스는 뭔가요?” 등의 질문이 나온다. 하지만 <Vogue>와 <더 컬러>의 질문은 달라야 한다. 우선 근본적으로 두 프로그램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 컬러>는 음악과 음악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지만, <Vogue>는 유명인의 일상과 생활 방식을 소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다음으로 인터뷰 질문 개수에 차이가 있다. 구독자들에게 <Vogue>의 질문 형식이 재치 있게 여겨졌던 이유는 73개의 꼬리 질문으로 출연자의 캐릭터를 더 명확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인터뷰 질문 개수가 꼬리 질문을 포함해 1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더 컬러>의 짧은 인터뷰 코너를 단편적이고 휘발적인 질문들로 채운다면 시청자이자 팬으로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나는 <더 컬러>가 질문의 유형과 깊이를 재고하여 음악과 색의 연관성을 좀 더 잘 보여주길 바란다. 그 부분만 개선된다면, 음악이 가진 각각의 고유한 색과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더 컬러>의 목표가 시청자에게 더욱 선명히 전달되리라 생각한다.        


   <더 컬러>는 가뭄의 단비 같은 프로그램이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공연이 줄어들어 대중들의 감성이 메말라가던 찰나, 본격 공연 대리만족 프로그램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거기서 더 나가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히스토리를 색깔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더 기대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프로그램 의도가 참신한 만큼 <더 컬러>가 좀 더 효과적으로 아티스트의 음악과 삶을 소개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 간다면, 그저 음악적 색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티스트에게 색을 제안하고 입혀주는 프로그램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색깔과 아티스트의 색깔을 조명하는 <더 컬러>는 가을 시즌에 걸쳐 딱 9회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더 다채로운 색깔로 물들어 갈지 그 추이가 궁금하다. 올가을, <더 컬러>가 물들어 가는 모습을 찾아 색(色)다른 음악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MBC(M), WAV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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