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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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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호 Nov 20. 2020

색다른 콘텐츠를 위한 노력, 그게 답이다

미디어 업계가 배워야 할, 비보 대표 송은이의 자세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셀럽이 되고 싶어~” 

   약 2년 전, 한동안 유튜브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한 손을 들어 올린 채 리듬을 타는 영상이 가득했다. 가창 없이, 심지어 마이크도 없이, 음악 방송 무대에 서는 신박한 콘셉트에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칼군무까지 갖춘 그룹.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선한 콘텐츠를 생산해낸 주역은 송은이와 은이네 회사 '비보(VIVO)'였다. 셀럽파이브, 둘째 이모 김다비 등을 제작하며 아티스트들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주는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MBC <다큐 플렉스> 은이네 회사 편에서 그 답을 찾아봤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다 


   송은이·김숙이 누리는 지금의 전성기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5년 전 개그우먼으로서 두 사람이 방송에서 설 자리가 줄어들어 한창 힘들어하던 때였다. "남이 불러주기만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그만두기 전까진 없어지지 않을 방송국을 만들자"라는 송은이의 제안으로 두 사람의 작은 방송이 시작됐다. 그것이 팟캐스트 방송 <비밀보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연예인들이 직접 방송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 자체도 드문 일이었는데, <비밀보장> 속 코너들 역시 신선한 시도로 가득했다. 여성 흡연자의 고충을 재치 있게 풀어내는가 하면, 청취자의 외국인 남자친구와 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저작권 문제로 방송 중간 음악을 틀 수 없자 지인들의 잡담이나 걱정거리를 인터뷰해 소개하기도 했다. 신선한 재미와 화려한 입담으로 청취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자 두 사람은 지상파 방송국서 역으로 라디오 제안을 받았다.    

   “지상파 등 주류 방송국이 하지 못하는 방송을 하자.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이 방송가와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발상을 전환하고 그것을 과감히 시도하는 것,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대중의 선택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방송인과 프로그램들이 늘어났다. 이제 미디어 업계가 그들의 마음가짐을 진지하게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작은 아이디어도 귀담아듣고 실현해내다


왼쪽: 셀럽파이브 / 오른쪽: 송은이 김신영 안영미 신봉선, 각자의 부캐릭터로 프로필 사진 촬영 중
송은이의 제안으로 제작된 프로그램 중 하나, <밥 블레스 유>

   재미있는 캐릭터와 참신한 프로그램. 송은이가 회사 대표로 있는 비보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두 가지이다. 둘째 이모 김다비를 비롯해 최근 히트했던 캐릭터들 상당수가 비보에서 탄생했다. 또 <밥 블레스유>, <김생민의 영수증> 등 화제가 된 프로그램들도 송은이의 제안으로 제작됐다.  

   셀럽파이브는 “일본의 한 고등학교 동아리의 퍼포먼스를 따라 하고 싶다”라는 김신영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그 말을 들은 송은이가 다섯 멤버를 모았고, 연습하는 모습부터 활동하는 모습까지 비보에 담아냈다. 김신영은 “송은이가 자신의 아이디어에 반응해주지 않았다면, 혼자 마음속으로만 품은 채 끝났을 아이디어였다”라며 고마워했다. 또 최화정은 “친한 친구들끼리 밥 한번 먹자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밥 블레스 유>의 모티브가 되어 실제 프로그램으로 제작될지 꿈에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비보의 직원들은 송은이를 비롯해 소속 아티스트들이 늘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 말은 곧 그 누구든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뱉어내도 괜찮은 분위기가 회사에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작은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대표 송은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비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교환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사소한 부분을 포착해 게스트의 매력을 배가시켜주는, 명MC 유재석이 한 말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자신도 빛나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송은이도 마찬가지다. 후배의 엉뚱한 상상이든 친구의 사소한 한 마디든, 그 무엇도 허투루 듣지 않고 콘텐츠에 적용하는 그의 능력은 본받을 만하다.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가다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시청자들의 볼거리가 많아졌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 탓에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일도 어려워졌다. 그 가운데 시청률은 곧 프로그램 제작사의 수익과 연결되다 보니 경쟁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이 유행만을 좇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방송이 다양성을 추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청률에 매몰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실적으로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나름의 노력은 꼭 필요하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집단 가운데 비보는 아주 작은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회사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고민해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비보가 제작 중인 <선안 영향력>이 바로 그 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신봉선·안영미는 독서를 한 뒤 토론을 하거나 퀴즈를 푼다. 지금껏 이들이 출연했던 방송 프로그램들과 결이 완전히 다르다. 평소 두 사람이 방송에서 다뤄왔던 소재와 거리가 멀기 때문인지 두 사람의 인지도에 비해 조회 수는 미미하다. 특히 비보의 다른 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조회 수가 매우 낮은 편이다. ‘이렇게 계속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괜찮을까?’라는 회사 내부의 걱정 섞인 목소리에 송은이는 이렇게 답했다.  

   “어떻게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하고 구독자가 느는지 이제 알겠다. 하지만 그렇게 남들이 다 하는 것을 그대로 하면 우리는 다를 게 없다. 우리는 그런 별다른 것을 하기 때문에 그래도 사람들이 우리를 인정해준다고 생각한다.”

   경쟁적인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 중, 시청률과 조회 수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콘텐츠를 제작할 때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을 스스로 되새기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비보 대표 송은이가 한 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 한다.     


   방송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뭘 하면 되지? 우리는 뭘 할 수 있지?’ 코미디언뿐만 아니라 아나운서, PD, 기자 등 방송과 관련한 직종 종사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그러나 <다큐플렉스>의 은이네 회사 편을 통해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콘텐츠가 답’이라는 것이었다. 나만의 색다른 콘텐츠는 무엇일까? 그것을 어떤 식으로 시청자에게 전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 방송사 내부에서도 선택받아야 하고, 더 나가 시청자에게도 선택받아야 하는 존재들이 고민해야 할 질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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