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의 마지막을 보내고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몸이 "실렸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지도 모릅니다)
지평선의 까만 밤이 지나고,
미명이 밝아오는 하늘의 풍경이 신기합니다.
새로운 여정이
"아침"으로 바삐 시작된다는 것을
예고해 주는 듯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우리를
기다리는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독일 땅에
머물만한 핑계를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멈추지 않는 기차 칸에 올라타는 심정으로
이미 주어진 한국의 일상에 복귀해야 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뮌헨에 아직 두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의 집 한편 어딘가에 사소한 형태로 남아있을 겁니다.
밥솥이라던가, 이불, 혹은 식탁의자로요:)
설레는 마음으로 뮌헨공항에 도착해서,
꼬박 10년을 보내고,
섭섭함으로 그곳을 떠났습니다.
우선은 짧은 여름휴가로 한국에 가는 기분입니다. 곧 돌아가야 할 것 같은 귀소본능이 발현될 때면 어찌해야 좋을지,
아직 뾰족한 묘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차가운 바닥에 라디에이터의 열기만을 의지해서 살았던 독일이었으니까,
한국의 따듯한 방바닥에 등을 깔고 최대한 납작하게 몸을 누이며 불안을 낮춰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새 기내의 창 밖은 새털구름이 환한 새벽이 되었습니다.
기왕 다시 시작하는 한국의 생활이니
아침으로 여는 것이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아침마다 새로우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밝은 아침이 우리를 맞아줄 때,
독일에서 태어나,
고향과 마을을 떠나온 우리 다섯 살짜리 딸에게
하나님께서 따스한 위로와 새로운 호기심을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일단은 그것으로 우리 부부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