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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Feb 28. 2021

보리의 잡담 일기

감정의 무게




1.

이유 없이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가 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울 수는 없기 마련이지만, 이 시기를 계속 끌고 나간다면 영원히 그 감정에 사로잡혀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가장 최근에 이런 기분을 길게 끌고 나간 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스스로를 망치려 애쓰고, 볕이 드는 곳은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

 조금씩 이 시기를 벗어나려 노력했을 때, 내가 썼던 일기들을 돌아봤다.

그리고 이때가 오기 전 나는 이미 스스로에게 오는 신호를 눈치채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안 마시던 술이 생각나고, 몸에 안 좋은 가공식품들을 몸에서 원하고, 그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아 진다. 그런 시그널들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되면 이미 나는 저 밑으로 추락한 상태가 되어있다. 주변에서는 이런 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주려 말을 걸어오지만, 스스로 거부 상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하듯, 이것은 개인의 노력 문제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 네 정신상태의 문제다, 왜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하지 않는 것이냐. " 하는 말은 되려 무거운 족쇄를 하나 더 차주는 셈이 되는 것이다.

 사실 나의 경우엔 무언가 열심히 해서 성취하는 것이 가장 기쁜 일이었고, 무기력에 빠질 때는 억지로라도 정신을 잡아 작업에 중독되려 했다. 하지만 기준이 너무 높은 탓에 실패했을 때의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내 인생에 작은 오점 하나 남길 수 없는 먼지 같은 시간일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힘들지만 이 기준점을 조금씩 낮춰보는 것부터 시도했다.

" 오늘은 방 청소를 끝내보자. " " 오늘은 부모님한테 짜증 부리지 말자. " " 주변 사람에게 안부를 물어보자. " " 오늘은 30분, 다음 주는 1시간 운동을 해보자. "

사소한 성취는 그렇게 내게 묶여있던 족쇄를 하나씩 풀어주고, 나를 수면 위로 올려준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태에서는 이 마저도 지치고, 도중에 포기하고 돌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더라도 이런 시도 하나하나가 헛된 것이 아니다. 다음에 나를 다시 깊숙이 아래로 가라앉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더라도 다시 위로 올라올 때의 시간을 단축시켜준다.

나를 가라앉게 만드는 시그널을 미리 캐치하고, 끊어 낼 준비를 할 수 있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하지만 그 행복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기준점을 높게 잡지 말고, 하나씩 쌓아간다면 기쁨의 풍선을 달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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