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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Jan 24. 2023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3

쭈리야 잘못했어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우리 집은 이사했다. 길은 온통 시멘트와 보도블럭이 깔려있었고 고가도로와 아파트가 있는 도시였다. 우리 집과 똑같이 생긴 열 채의 집이 마당을 중심으로 이 층으로 붙어있는 빌라였다. 


처음 동생들과 새로 이사 한 집에 가 보았을 때 두 개의 방은 여섯 식구가 살기에 비좁았으나 화장실이 가까이 있어 좋았다. 화장실은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왼쪽에 있었다. 이제 깜깜한 밤이나 추운 날 화장실을 멀리 가지 않아도 되어 너무 좋았다. 


강원도 산골에서 도시로 갑자기 환경이 변했지만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면 친구들에게 해 줄 얘기가 많이 생겨 좋았다. 이제 친구들과 달리 내가 도시 사람이 되고 고등학교를 도시에서 다닌다는 사실이 어깨를 으쓱하게 했다.     


엄마와 우리 사남매가 먼저 도시로 올라가고 아빠는 정리할 일이 있어 시골집에 남아 계셨다. 방학이 끝나 시골에 돌아와 중학교 졸업까지 시골집에 머물렀다. 오랜만에 돌아온 우리를 보고 쭈리는 반가움에 한참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반겼다.


쭈리는 어쩌지? 


아빠는 쭈리를 데리고 갈 수 없다고 했다. 조그만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에 쭈리를 키울 장소가 없었다. 쭈리는 우리와 육 년을 함께 살았던 우리 집 막내였다. 아빠는 당분간 아빠가 쭈리를 돌보면서 쭈리를 맡아줄 집을 알아보겠다고 하셨다. 쭈리의 눈이 더 까맣게 빛나고 촉촉해 보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어느 날 쭈리가 보이지 않았다.  

    

쭈리는 어린 강아지 때 우리 집에 와서 두 번 새끼를 낳았다. 첫 출산에 세 마리 강아지를 낳았고 어미젖을 뗀 두 마리 강아지는 이웃 동네에 보냈다. 그리고 제일 작고 엄마를 닮아 누런색이었던 수컷 강아지 한 마리는 쭈리와 함께 우리가 키웠다. 


쭈리 새끼는 점프를 아주 높이 잘해서 이름을 점프라고 지었다. 쭈리는 점프가 위험한 데로 가지 못하게 막고 털을 핥아주며 정성으로 보호했다. 점프가 한 살쯤 되었던 어느 겨울에 이틀 동안 점프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쭈리, 동생들과 함께 점프를 찾아다녔다. 가끔 동네 개들이 사람들이 놓은 쥐약을 먹고 죽는 경우가 있었다. 동네를 훤히 잘 알고 있던 점프가 집에 오지 못하는 이유가 그런 경우일까 봐 마음이 쓰였다. 눈이 보슬보슬 바람에 날렸다. 쭈리가 어느 밭 가운데 옥수수 대를 잘라 세워놓은 곳에 멈춰 냄새를 맡으며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심스레 옥수수 대를 빙 둘러 세워놓아 비어있던 가운데로 들어가 보았다. 점프가 입을 벌리고 혀를 내민 채 옆으로 누워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점프를 조심스레 안고 나왔다. 짐작했던 대로 쥐약을 먹고 죽어 있었다. 


쭈리는 조용히 집으로 가는 우리를 따라왔다. 점프를 마당에 내려놓았다. 쭈리는 낑낑거리며 점프를 핥으려 했다. 쭈리가 위험할 수 있어 목줄을 채웠다. 눈은 계속 흩날렸고 쭈리는 누워있는 점프를 향해 계속 앞발을 들고 낑낑거렸다.     


쭈리가 사라졌다. 


아빠에게 쭈리의 행방을 물었다. 아빠는 모른다고 하셨다. 동생들과 나는 쭈리를 찾아 돌아다녔다. 쭈리가 자주 가는 동네 개들이 있는 집을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없었다. 버림당한 것 같아 사라졌을까? 쭈리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고 우리는 도시로 올라갔다. 


새로 입학한 학교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쭈리는 우리에게 잊혀졌다. 


그리고 한 참 후 아빠는 저녁밥을 먹는 자리에서 말씀하셨다. 쭈리는 아빠와 동네 아저씨들이 잡아먹었다고.


그게 말이 돼? 아빠가 미웠다. 쭈리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함께 밀려왔다. 한동안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쭈리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우정과 사랑, 그리고 마지막에 느꼈을 절망감이 마음에 계속 고였다. 쭈리는 영원히 내 마음속에 아픔과 슬픔으로 자리 잡았다.


 ‘쭈리야, 잘못했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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