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갑자기 딸이 생겼다

by 채수아



지난 2년 동안 주말부부로 지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신경을 썼던 음식 준비는 금요일 저녁 식사였다. 어느 금요일 오후, 한참 갈치조림을 하고 있는데, 20년 인연의 제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갈치조림하는 냄비 옆에서 숟가락으로 국물을 갈치 위로 올려주며 통화를 했다. 이 아이는 스승의 날과 고민이 있을 때 이렇게 내게 전화를 한다.


"선생님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코로나로 하는 사업이 좀 어려워 밤에 다른 일도 병행하고 있어요. "


오랜만이어서 여자 친구는 사귀고 있냐는 내 물음에, 제자는 오래전에 사귀던 여자 친구를 다시 만난다고 했다. 나는 잘했다고 잘 만나라고 하니, 그 친구에게 유치원 다니는 딸이 있다고 했다.


"어? 그럼 니 아이야?"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결혼한 후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이혼을 했다고 말하는데, 가슴에 바람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엄마는?"


내 질문에, 엄마는 반대를 조금 하시다가 지금은 잘해주라고 하신단다. 나는 그 엄마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엄마들 청소 오는 걸 반기지 않는 편인데, 학년부장으로 정신없이 바쁜 걸 보고, 대표 엄마가 내게 몇 명 같이 와서 교실 청소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담임이 붕 떠있어서 교실이 어수선하니 난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4~5 분이 청소를 해주고 가셨다. 그 제자는 엄마들이 오는 날은 옆에서 청소를 도와주다 학원에 가곤 했다. 나보다 나를 더 챙겨주고 도와주던 아이였다.


나처럼 막내며느리면서도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았던 제자의 엄마는, 그 당시에도 지금도 일을 하고 다. 그때는 우유공장이었는데, 시간을 쪼개서 청소를 함께하고 싶다고 참여하신 거였다. 나는 오시지 말라고 했으나, 진심 오고 싶다고 하는 말에 그냥 받아들였다.


스승의 날이면 꼭 전화를 하고, 가끔 만나기도 했던 그 제자는, 내게 특별한 효자였고, 내게 진심이었던 그 엄마도 그동안 나를 몇 차례, 아이와 함께 만났다.


"선생님은 저보다 우리 엄마랑 더 친하신 것 같아요."라고 제자가 말할 정도로 제자의 엄마를 좋아한다. 전화든, 카톡이든 늘 엄마 안부를 묻곤 했으니까.


제자가 말했다. 아이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한다고. 그 말에 울컥 눈물이 났다.


'그럼, 그럼! 넌 그런 사람이니까.'


갑자기 통화 중에 '고슴도치 아이'가 떠올랐다. 입양한 아이를 '원래는 내 아이지만, 다른 엄마 뱃속에 있다가, 다시 만난 거야'라는 그 문장에 그림책을 보며 눈물을 흘렸었다. 그 부분을 말해주었더니, 제자는 자기 자식이라 생각하고 산다고, 너무나 예쁘다고 했다. 나는 이어서 '아이와 엄마 모두 깊은 상처가 있을 수 있으니, 그걸 잊지 말고 배려하며 살라고 했다. 통화 중에 갈치조림은 맛있게 완성이 되어 거실로 가서 통화를 이어갔다.


두 사람을 선생님께 소개하고 싶다는 제자의 말에 그러라고 했다. 군대 가기 전에 찾아오는 제자들, 결혼할 애인을 데리고 온 제자는 겪어봤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제자는 두 사람을 잘 품고 살아갈 거라 말했고, 나는 제자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날은 참 특별한 대화를 나눈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