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엄마랑 셋이서 만나요. 엄마가 뵙고 싶대요."
마지막 학교의 오랜 제자가 전화를 했다. 그 모자를 생각하면 내 안은 평화와 감사로 물든다.
그 두 사람은 내 교직 생활 가장 힘들었을 때 만난 인연이다. 전근을 가자마자 맡은 6학년 담임은 몸이 약했던 내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새 학교로 발령을 받으면서 나의 건강 상태를 학교 어르신들께 말씀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잘 견디기를 기도했다.
첫날의 부담감을 없애줄 만큼 아이들은 정겹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생각보다 씩씩하게 잘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교감 발령을 기다리고 계시던 교무부장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말았다. 매일 아침 빗자루를 들고 현관 앞을 쓰시던 분, 등교하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시던 그분이 암 환자였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선생님을 슬프게 보내드리고 나서, 교무부장 자리에 우리 6학년 부장님이 급하게 꽂히셨다. 공석이 된 6학년 부장 자리에는 나를 임명하셨다. 잠이 오지 않을 만큼 꽤 부담스러웠다.
일은 두 배로 많아졌다. 그야말로 하루 종일 동동거리고 다녔다. 그 바쁘고 힘든 시기에 우리 반의 대표 어머니와 몇 분이 가끔 교실 청소를 해주러 오셨다. 아이들과 함께 청소를 해오던 나였지만, 그 마음이 고마워 거절하지 않았다. 그 청소 멤버에 있던 두 사람이었다. 그 엄마는 3교대 우유공장에 다니셨는데, 아이가 즐겁게 학교에 다니는 게 너무 감사하다며 교실 청소에 동참하여 나를 미안하게 했고, 그 아들은 학원에 가기 전까지 엄마들과 함께 청소를 도와주곤 했다.
내가 학교를 퇴직한 후에도 스승의 날에 꼭 연락하던 아이였다. 아이 엄마와 함께 셋이 만난 적도 있고, 가끔 통화도 했다. 나와 함께 강화도 여행을 하고 싶다는 그 엄마와 난 꼭 추억여행을 떠날 것이다.
나를 만나려고 아이의 엄마는 휴가를 냈다고 한다. 며칠 전에 내 스케줄을 확인한 후 셋의 만남을 준비하는 제자가, 퇴근 후에 나를 데리러 온다고 전화를 했다. 우리는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하며 많이 웃었고, 많이 행복했다.
서로 사랑하며 살라고 우리는 이 지구별에 왔을 것이다. 그걸 잊고 서로 미워하고 다투는 시간으로 고통받는 시간이 우리 삶에는 구석구석 함께한다. 되도록 우리들 삶이 사랑으로 채워지길, 그래서 가슴 설레게 기쁜 하루를 맞이하길 비는 마음이다.
또 새날이다.
오늘도 많이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