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꾸준히 내게 연락을 했던 효자 제자가 있다. 내 마지막 학교 6학년 3반, 담임과 학생으로 만났던 그 소중한 인연이 생각할수록 고맙고 고마웠다. 속 깊고 솔직한 성격의 아이 엄마와도 몇 번의 만남이 있었다.
" 우리 오래 만나요. 너무나 좋아요."
우리는 서로 이렇게 말했다. 직장 동료들이 아이의 초등학교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말했다고 했다. 나 또한 친구들이 그런 말을 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아이 엄마의 나이를 물어보니 나보다 세 살이 적었고, 막내며느리로 시어머님을 오래 모시고 살았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몰랐으면서도 그런 공통점이 있어서 서로 끌렸던 걸까? 다시 만나도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가 전화를 할 때마다 꼭 엄마의 안부를 물었던 내게, 아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선생님은 져보다 저희 엄마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키 180 센티가 넘는 거구의 그 아이가 내 눈에는 아직도 초등학생으로 보여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퇴근 후 나를 태우러 와서부터 내 집까지 태워다 주는 순간까지 아이는 얼마나 많이 종알종알 떠들었는지 모른다. 회사 이야기, 여자 친구와 헤어진 이야기, 힘든 순간에 헬렌 켈러가 했던 명언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는 말까지.
차가 우리 집에 다가오기 전, 대화의 마지막 주제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던 오랜 꿈'에 대해서였다. 아이 아빠에 대해서 묻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어릴 때부터 그런 꿈을 꾸었고, 지금까지도 그렇다고 했다. 또한 자기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나는 내 남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청각 장애를 갖고 계셨고 시골에서 혼자 사셨던 아버지, 아버지라고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는 가끔 만나던 아버지, 아버지의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자랐던 반쪽의 삶이었지만, 남편은 나의 제자처럼 '화목한 가정, 좋은 남편, 좋은 아빠'의 꿈을 꾸었고, 좋은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 아이가 운전을 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너의 마음이 벌써 준비가 되어있는 거니까, 다 잘 될 거야, 늘 긍정의 자기 암시로 씩씩하게 살면 되는 거야. 선생님은 널 믿어."
난 믿는다. 아이의 변하지 않는 선한 눈빛과 자신감에 반짝이는 당당한 눈빛을. 몇몇 사이코패스 기질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눈빛은 속일 수 없는 것이니까. '눈빛이 곧 그 사람'임을 난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내 집에 차가 도착해서 문을 열고 내렸다. 어서 출발하라는 내게, 한사코 아파트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시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나를 지켜보던 아이! 그날 그 아이는 내 제자가 아니라 나의 보호자였다.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나를 교사의 길로 이끌어주신 선배 교사였던 아버지께 감사하고 산다. 그래서 하늘을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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