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대학생이었을 때, 며칠 후에 알바 월급이 입금된다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벌어보는 돈이니 스스로도 대견할 것이다. 누나는 삼성 콜센터, 국민은행 홈페이지 관리, 신세계 백화점 명품 백 판매... 등등 다양한 알바를 일찍부터 시작했지만, 편입 시험을 힘들게 준비했던 아들은 대학 3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바를 시작한 것이다.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으면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온갖 무례한 말을 들으며 그 기간을 견딘 딸이, 내게 한 말은 "사람들에게 무척 실망했다"였다. 아들도 알바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무례한 한 손님 때문에 굉장히 화가 나서 그것을 참아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딸에게도 그랬듯이 아들에게도 말했다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이보다 더한 일들을 많이 만날 거라고, 당당하게 자기 뜻을 말해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참아내야 할 일도 많을 거라고. 그래도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있다고,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삼 남매가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대학생이 되어 알바를 하던 막내딸에게도 난 같은 말을 해주었다.
"얘들아! 엄마는 믿어. 정말 믿어. 그래서 그런 대답을 너희들에게 또박또박 말해줄 수 있었던 거야.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함부로 하는 사람도 있고, 늘 남을 생채기 내며 사는 사람도 있고, 양심 없이 이 사회를 흐리게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마음으로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이 세상은 조금이라도 앞을 향해 굴러가고 있는 거란다. 이해하지? 우리 웃으며 힘내자. 그러자, 우리!"
결혼 전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며 새벽 미사를 다니던 내게, 자연스레 다가왔던 소망인 '수녀'의 길을 갔다면, 저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겠지? 내 인생의 가장 힘겨웠던 시집살이도 없었겠지만, 내 인생의 흐름 속에서 모두 필요한 인연이었을 테고, 만나야 할 일들이었을 것이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감사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으니 이 얼마나 복된 인생인가! 아직도 내 가슴에 설레는 소망이 있으니 얼마나 신나는 인생인가!
오늘도 내일도 환히 웃을 것이다, 따뜻한 눈빛으로 친절하게 말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인연들을 정성껏 대할 것이고, '오늘 하루만 잘 살자'라는 다짐대로 감사의 날들을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