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아저씨 한 분이 먼저 탔다. 이어 백발의 할머니가 느린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가셨다. 난 할머니를 위해 '열림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었다. 할머니가 타시자마자 인원초과라는 삐삐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저 안에서 남학생 둘이 급하게 나왔다
"우리 걸어서 내려가자."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내내, 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런 일을 만나는 건, 마치 '네 잎 클로버'를 발견했을 때처럼 하루종일 기분 좋게 만든다.
어느 스님의 강연에서 '성추행'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자기는 아무리 장난스럽게, 친근하게 했다고 주장해도 상대방이 심한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면 그게 바로 성추행이라고.
배려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나 중심이 아니라 상대방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을 할 줄 아는 게 바로 '배려심'이다. 그래서 배려심이 있는 사람은 "그게 뭐 어때서요? 그게 화낼 일이에요?"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젠가 몇 가지의 황당한 일로 인해 불쾌한 감정이 생긴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정중하게 내게 사과를 했다. 그 순간 나의 '화'는 사르르 녹아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난 그녀에게 좋은 것 하나를 배웠다. 배려, 그건 그 사람의 성숙의 척도이며 오랜 연습 끝에 배울 수 있는 것이리라. 습관처럼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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