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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Aug 21. 2023

나의 예민함

나는 때때로 예민하다. 후각이 제일 예민하여 나쁜 냄새를 맡으면, 심한 경우엔 두통약을 먹을 때도 있다. 그리고 '글'에 예민하여, 글을 졸졸 흐르지 않게 만드는 단어가 있으면 콕콕 집어내어 저리로 버린다. 학교에 있을 때 오랫동안 신문을 만들던 나의 습관이다. 또 하나는 '미안함'에 대한 나의 예민함이다. '나로 인해 상대방이 속상하면 안 된다'는 약간의 결벽증 같은 면이 있다. 그건 '남을 배려해라. 조금 손해 보면서 살아라. 이기적인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우리 사 남매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신 아버지 영향이다.


교사가 된 내가 첫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이어 한 달 후 개학이 될 때쯤에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 아이들이 한 달 동안 열심히 방학 숙제를 해 오는 건데, 그걸 알아줘야 하는 게 교사다. 특히 일기 검사는 며칠에 걸려서라도 다 읽어 봐라. 그러면 아이들의 한 달을 알게 되고, 아이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도장만 꽝꽝 찍어서 다시 나눠주는 걸 애들은 다 안다."


발령 후 처음부터 일기 검사를 열심히 해 오던 내게 아버지 말씀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아이들의 일기장에 '맞춤법 교정'은 아주 가끔이었고, 그곳은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비밀노트' 비슷한 공간이 되었다. 난 일기장을 작문 노트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나이가 마흔이 넘은 여자 제자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의 댓글이 달린 그 일기장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가끔 보면서 선생님을 그리워했다고.


sns를 하면서도 내 오랜 습관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내 포스팅에 달리는 댓글에 답글을 쓰지 않은 적이 없다. 댓글이 많이 달리는 분들이 내 댓글에 '좋아요'만 눌러주어도 고마운데, 난 다 이해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작년 내 생일 축하하는 많은 댓글에도 일일이 답글을 달았다.


고.마.움.

감.사.함.


나의 예민함이 때론 피곤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난 나의 예민함이 싫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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