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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May 02. 2024

신나는 다이어트

몇 년 전 이맘때, 남편과 등산을 하고 내려오다가 발목이 똑 부러졌다. 지상에서 124미터가 되는 지점까지 올라와서 나를 업고 내려가셨던 119 아저씨를 나는 절대 잊지 못한다. 들것을 가지고 세 분이 올라오셨지만, 산비탈이 심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그 두 분과 나의 남편은 근심 어린 얼굴을 하며 따라 내려왔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또는 가끔 운전을 하다가 보던 그 차 안에서, 나는 '삐오삐오' 소리를 들으며 누워있었다.


2년이 흘러서야 나는 매일 산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95% 정도 회복을 한 느낌이다. 달리기를 엄청 좋아하던 내가, 아직은 마음껏 달릴 수 없어 아쉬움이 있지만, 이 정도로 걸을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발목 골절이 된 그날 아침에도 나는 동네 산책을 하며 예쁜 들꽃을 보고 사진을 찍었었다. 사고 이후, 한 시간 정도의 아침 산책은 멈추었고, 난 오랫동안 목발을 짚어야만 했다. 목발 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어도 나의 운동량은 급격히 줄었고, 그에 비례하여 체중은 계속 늘어만 갔다. 2년 동안 평소보다 7~8 킬로그램이 늘어서 맞는 옷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새롭게 다짐을 했다. 매일 산책을 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운동까지 병행하자, 새로 구입한 체중계의 숫자가 매일 변하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4킬로그램이 줄었다. 매일 체크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신났다. 운동을 재미나게 한다고 오랜 절친에게 말을 하니. 자기 남편도 나와 같은 말을 한다고 웃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손주가 생겼으니, 건강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말하더니 신나게 운동을 한다고 했다. 다이어트가 이렇게 신날 수 있다니, 정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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