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수아 May 04. 2024

축복의 말

몇 년 전 이맘때, 병실에 누워 발목 수술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 병실 청소를 하는 여사님께서 친절하게 물으셨다.


"어디를 다쳐서 왔어요?"


나는 등산을 하고 내려오다가 발목이 심하게 다쳐 119에 실려서 응급실에 왔노라고 말씀드렸다. 수술 잘 받고 빨리 나으라는 여사님의 눈빛이 참 따스했다.



회사 휴가를 내어 남편이 내 간호를 거의 전담하고 있다가 아들 임관식에 내려가던 날, 친한 동네 언니가 나를 간호하러 오면서 요플레와 방울토마토와 반찬을 가지고 오셨다. 언니가 요플레 하나를 내게 따 주고, 남은 것들은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16개짜리 묶음이었다. 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청소 여사님이 청소를 하러 오셨다.


"몸은 좀 어때요? 빨리 나아요."


그분의 말소리에는 늘 온기가 있었다. 나는 여사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냉장고 안에 요플레가 많이 있으니, 드시고 싶을 때 언제라도 꺼내드시라고 했다. 여사님은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지으시며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퇴원을 하면서 여사님 드실 요플레를 남겨두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사님은 계속 보이지 않으셨다. 남편은 원무과에 가서 퇴원할 여러 가지를 처리하러 내려갔다. 그리고 이어 병실로 돌아와 사 온 목발을 내 키에 맞춰 조립해 주었다. 목발을 짚고 병실을 나서려는데, 그제야 여사님이 나타나셨다. 그리고 집채만 한 축복을 내게 해 주셨다.


"수술 잘되고, 상처가 빨리 아물어서 이렇게 퇴원을 하니 너무 좋아요. 다리 빨리 나아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복도 많이 받아요."


나는 요플레를 두고 간다고 말씀드리고 병원을 떠났다. 비록 목발로 겨우 움직이고 있었지만, 가슴 가득 행복과 평화가 차올랐다. 축복의 말에는 사람을 치유하는 큰 에너지가 담겨 있었다. 그분 얼굴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따스했던 말은 내 안에 살포시 들어앉아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 참 좋은 씨앗이 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엄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