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52년을 만나온 친구들은 내 인생의 큰 축복이다. 2박 3일 수다를 떨어도 모자랄 이야기를 몇 시간 안에 풀어놓자니 늘 만남이 아쉬웠다. 그래서 앞으로는 여행을 다니자며 통장도 만들었다.
넷이서 나눈 무수한 대화 중에, 내가 남편에게 들려준 감동 스토리는 친구의 '치매 걸린 친정 엄마와의 대화'였다. 교장인 내 친구가 교장 연수 대상자 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발견한 그날, 치매에 걸려 자기를 잘 알아보지 못하시는 엄마가 떠올랐단다. 엄마를 모시고 사는 작은오빠에게 전화를 하니, 엄마 컨디션이 좋으시니 내려오면 좋겠다고 해서 한걸음에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친구는 그 말을 하며 갑자기 눈이 빨개졌다. 평소에 딸을 알아보지 못했던 어머니는, 딸을 보자마자 딸의 이름을 부르며 알아보셨다고 한다.
"엄마, 나 좋은 소식이 있어."
그 말을 들으신 친구의 엄마는 가는 손으로 딸의 얼굴을 만지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우리 딸 교장 선생님이 되는구나. 애썼다. 고생 많았어."
그 말을 하면서 내 친구의 빨간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옆에 있던 우리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엄마다. 치매에 걸리신 엄마도 엄마인 것이다. 엄마는 '신의 역할을 대신해서 각 가정에 보낸 작은 신'이기에, 치매에 걸렸어도 신의 역할을 하시는 게 아닌지...
여자와 엄마는 다르다. 아주 많이 다르다. 부족함 투성이인 나이지만, 내가 엄마가 된 후의 마음가짐에 가끔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것이 세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이고, 그게 늘 감사해서 자주 울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