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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Jul 03. 2024

해물전과 다이어트

퇴근한다는 남편의 카톡을 받고 맛있는 저녁 상차림을 준비했다. 조기도 넉넉히 굽고, 해물야채전을 큼직하니 부쳐내고, 해물찜을 얼큰하게 만들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충청도 바닷가가 고향인 시댁 식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해물이었다. 그래서 나도 결혼 후에 해물을 좋아하는 여자로 변신하고 말았다. 룰루랄라 거의 마무리가 되고 있을 때 막내딸이 들어왔다.


와서 밥 먹으라는 내 말에, 안 먹고 나가서 걸을 거라고 했다. 안된다고, 다이어트는 먹으면서 하는 거라고 말하니, 밖에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나는 데리고 들어오라고 말했고, 한 상 차려 두 사람을 식탁에 앉혔다. 그리고는 다이어트는 먹으면서 해야 요요가 안 온다고, 조금 후에는, 먹고 빡세게 운동하라고, 그리고 조금 더 있다가는, 오늘까지만 실컷 먹으라고 두 아가씨를 꼬셨다.


해물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두 아가씨는  커다란 해물전을 조금 남기고 다 먹고 말았다.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데 남편이 들어왔고, 아이들은 큰 소리로 잘 먹었습니다,를 외치고 방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에 빡센 운동을 하러 나갔다.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 자꾸 웃음이 나왔다.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딸에게 늘 하던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뺄 살도 없구먼, 뭘!"


키 157에 좀 마른 편이었던 내가, 동경하던  배우가 김해수 스타일이었는데, 키 167에 가는 몸매의 언니와 달리, 막내딸은 골격이 좋은 170의 몸매였다. 나는 볼 때마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데, 본인은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하니 말릴 수도 없다.


두 아가씨가 나가고, 식탁에 앉은 남편의 얼굴을 보니 피로감이 가득했다. 저녁밥을 먹으며 얼굴이 밝아졌고, 다 먹은 후에는 피로감이 사라졌다. 역시 음식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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