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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Jul 11. 2024

시어머님의 행복

※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기 2년 전의 글입니다




● 시어머님의 행복


이틀 전에 시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간단한 안부를 여쭙고, 주말에 있는 막내딸의 생일을 알려드렸다. 친정 엄마도 오실 거라고 말씀드리니 너무나 좋아하셨다. 엄마가 며칠 전에 어머니께 전화를 하셔서 반갑게 통화했었다고 하셨다. 이어서 나는 어머니께서 좋아하실만한 이야기들을 줄줄이 사탕으로 종알거렸다. 아들이 기말고사 끝나고 방학인데도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일찍 일어나고 있으며, 요즘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계획에 맞추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큰 딸은 대학원 마지막 학기라 논문 준비로 바쁘다고. 그리고 막내는 중간고사보다 이번 기말고사 시험을 잘 본 것 같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다가 시험을 보러 가서 깜짝 놀랐다고. 그리고 가장 자신 있고 잘하는 과목(장래 희망이 수학 선생님입니다 )인 수학을 반에서 두 번째로 잘했고, 다니는 학원에서는 제일 잘했다고.


어머님의 목소리는 더 밝아지셨다. 요즘 막내가 전화를 매일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 행복하다고 하셨다. 그 바쁜 고 3 때도 밤늦게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나오면서 할머니께 매일 전화를 하던 큰 딸이 요즘은 논문 준비로 바쁜지 며칠에 한 번씩하고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에고, 우리 이쁜 두 딸!


어제는 오랜만에 아주버님과 형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는데, 아주버님 말씀에 까르르 웃었다.


"제수씨, 막내딸이 수학을 100점 맞았다고요? 어머니가 기분 엄청 좋으신가 봐요. 전화도 매일 드린다고 자랑을 하시더라고요. 우리 아들들은 그렇고 ㅎㅎ  역시 딸이 최고예요."


100점이 아닌 막내딸의 수학 점수는 어느새 100점으로 변신(?)을 했다 ㅎㅎ이건  어머님의 기술이시다 ㅎㅎ 자랑을 하실 때면 사실보다 뭔가가 조금 더 붙어 있는...


직장 다니는 엄마의 빈자리를 사랑으로 채워주셨던 할머니 사랑을 잊지 않고, 할머니께 늘 효도하려고 애쓰는 우리 삼 남매( 아들은 전화는 잘 안 하지만, 집에 오셨을 때, 할머니께 잘해드립니다 ㅎㅎ)가 너무나 고맙고 사랑스럽다.


그동안 아이들 행사에 꼬박꼬박 시어머님을 항상 초대했다. (친정 엄마도 자주 오셨지만, 여동생 아이들과 행사가 자주 겹쳐서 그쪽으로 가시는 일이 많았다., 이제는 동생의 시어머님이 돌아가셨으니 더욱 그렇다)  막내의 중학교 졸업식에서도 보니까, 그 반 안에서 노인은 우리 어머님 한 분뿐이셨다  우리는 아이가 셋이어서 한 차에 우리 가족만 타면 자리가 꽉 찬다  그래도 차 두 대로 움직이는 건, 어머님께서 느끼시는 행복지수가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두 어머님을 모시고 막내의 생일 파티를 한다. 그날 우리 모두는 많이 웃을 것이고, 많이 행복할 것이고, 두 어머니는 조금 더 젊어지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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