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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for Sep 15. 2024

육아일기_남편 아닌 내편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육아를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 중 하나는 혼자서 절대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는 모든 걸 혼자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일이었고,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나는 원래 부탁하는 걸 어려워하는 성격이다. 왠만하면 혼자서 해내려 애쓰는 편이고, 다른 사람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 이 악물고 버티곤 했다. 하지만 육아는 내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부모님, 시부모님, 동생, 친구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보았지만, 그 도움은 길어야 하루 이틀이었다. 결국, 일상에서 끝까지 함께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가 우는데 왜 안 안아줘?"

처음에는 많은 부분에서 부딪히기도 했다. 남편과 나는 육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남편은 아이가 자주적이고 강하게 자라길 바랐고, 나는 아이가 사랑을 듬뿍 받으며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랐다. 그래서 아이가 울 때마다 달려가 안아주는 나와, 울게 두자는 남편 사이에서 충돌이 잦았다. 나는 왜 남편이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주지 않는지 답답했고, 결국 남편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나 스스로 내 방법이 옳다고 확신했기에, 남편의 방식은 이해되지 않았다. 남편이 아이에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 지으려 할 때, 나는 그저 남편이 아이와 더 놀고 싶지 않아서 저러나 하는 생각마저 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방법일지도...?"

무엇보다 걱정되었던 것은 애착의 문제였다. 아이가 3살까지 부모와 애착을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남편의 단호한 말투가 아이의 애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염려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잠깐 잠이 들었다 깼는데, 아이가 남편과 아주 즐겁게 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되는 것은 단호하게 제지하면서도 충분히 아이와 즐겁게 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을 통해 내 방법이 다 옳지 않다는 것과, 나와 방식이 다를 뿐 남편도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서로의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었다. 나는 남편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남편도 내가 아이와의 교감을 중시한다는 점을 이해해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가 울면, 남편과 나는 눈빛만 봐도 누가 먼저 다가갈지, 어떻게 대처할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아이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는 즐거움"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면서 보여주는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공유할 상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매일 실감하게 된다. 마치 멋진 풍경을 볼 때, 혼자 감상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면 감동이 배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가 처음 웃었을 때, 첫 걸음을 뗐을 때, 말문을 열었을 때 등 수많은 순간을 남편과 함께 경험하며 우리는 그 순간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이 소중한 기억들은 마치 우리 머릿속에 공유 앨범처럼 저장되어, 가끔씩 "그때 그랬지" 하고 꺼내어보는 특별한 앨범이 되어간다. 그 순간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함께 느끼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는다. 결국, 육아는 아이만 키우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부부가 함께 새로운 추억을 쌓고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도 가끔은 의견 충돌이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감정적으로 부딪히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 부부는 더욱 가까워졌고, 단순히 남편이 아닌 진정한 ‘내편’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육아가 힘들 때면 함께 웃고, 때로는 눈물도 함께 흘리며 우리는 더 끈끈한 가족이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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