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상반기 에피소드를 통해 본 PD수첩
“6초 만에 이슈가 소비되는 상황에서 사회에 꼭 필요한 어젠다(agenda)를 지켜 나가려면
60분짜리 탐사 보도가 필요합니다.”
언론인 손석희가 탐사 보도에 대해 전한 말이다. 감춰져 있는 진실을 직접 조사, 발굴하여 세상에 보도하는 탐사 보도. 최근 방송사 신뢰도 1위를 차지하며 보도의 명성을 되찾은 MBC에도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PD 수첩이다.
PD수첩은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1990년부터 달려온, MBC의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다. 올 2020 상반기에 방영한 에피소드를 통해 PD 수첩의 역할을 돌아보자.
▲ 꼭 해결돼야 하는, 모두가 알아야 하는 “악의 끝판, N번방”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이 공유되는 디지털 성범죄 일명 ‘N 번방’ 사건. 지난 3월,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이루어지는 끔찍한 디지털 성범죄가 공론화되면서 사람들은 그 잔혹함과 규모에 분노했다. PD 수첩은 재빠르게 이를 취재해, 3월 31일 “악의 끝판, N번방”이라는 제목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진행된 과정과 피해의 심각성 등을 다뤘다.
N번방 사건과 같이 이미 수차례 보도된 사건일지라도, 그 사안이 심각하거나 해결을 위해 더 많은 국민들이 알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 비교적 짧은 뉴스 기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집중 보도가 필요하다. PD 수첩은 “학교 미투, 당신의 아이는 안전합니까”를 통해 스쿨 미투 문제를,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 시설의 후원금 문제 등을 시의성에 맞추어 발빠르게 다루었다.
덧붙여 이번 PD 수첩의 N번방 취재는,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내용 구성으로 비판을 받은 타 방송사와 달리 N번방 실태 파악을 담백하게 다루고 성범죄의 솜방망이 처벌까지 확실히 짚어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다룰 주제가 많은 PD 수첩의 프로그램 특성상, 그 내용 구성과 보도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진보를 거듭해야 한다는 과제를 계속해서 안고 가야 한다.
▲의심하지 않았던 것을 의심해라, “연예인과 갓물주”
연예인이 고수익 직종이라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들이 많은 재산을 가지는 것이나, 건물 몇 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들이 일명 ‘갓물주’인 것은 너무 당연하게 여겨진다. 아무도 그들의 건물 매입 과정을 의심하지 않았다.
PD수첩은 4월 21일 “연예인과 갓물주” 특집을 통해 연예인들의 부동산 재테크 방식을 꼬집었다. PD 수첩은 한국 탐사 저널리즘 센터 데이터 팀과 함께 유명인 소유의 건물을 조사하고, 이후 이들이 건물주가 될 수 있게 정부 규제를 교묘하게 피한 대출 구조를 파악했다. 위 내용들은 사람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고, 수많은 파생 기사들이 나왔다.
이와 같이 누군가 한 번쯤 의심해보고 진실을 조사해야 할 주제를 직접 발굴하여 보도하는 것 또한 탐사 보도의 한 면모다. 이 “연예인과 갓물주” 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유명인들에게 더 쉬운 대출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될 것이다. 탐사 보도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드러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주제들이 PD수첩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밝혀지고, 사람들의 태도 변화를 야기하고 더 나아가 사회의 개혁을 이룰 수도 있다.
▲세간의 관심을 낱낱이 파헤쳐, ”코로나19와 신천지” 2부작
2020년 상반기를 돌아보자면 정말 이례적으로 한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바로 전 세계를 뒤덮은 팬데믹(pandemic) ‘코로나19’. 특히 2월달 종교 ‘신천지’ 집단으로 인해 빠르게 가속화된 코로나19 확산이 큰 화제였다.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감염을 확산시킨 것에 대한 것은 물론 이 종교가 이단이라는 것까지 모두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PD 수첩은 3월 “코로나19와 신천지 1부- 144,000명의 비밀” “코로나19와 신천지 2부- 신천지 고속 성장의 비밀” 총 2부를 통해 설립 과정, 구조와 실체, 전도 방식 등 신천지를 다방면으로 파헤쳤다. 사회적인 관심사와 2부작에 걸친 풍부한 내용이 맞물려 이 특집 또한 많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PD 수첩은 현재 사람들에게 가장 화제가 되는 시사적 이슈를 심층 취재 및 보도한다. “대한민국 사모펀드” 3부작으로 대한민국 사모펀드 시장을 분석해 보여주고, “울산 검경내전” 편을 통해 이전에 방송한 적 있었던 울산 고래고기 사건과 검경 갈등을 다시 심층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하나의 시사 저널리즘 프로로서 세간의 관심을 받는 시사 이슈들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 또한 PD수첩의 중요한 과제다.
▲PD 수첩 앞에 놓인 과제는?
PD수첩은 탐사 보도의 형태로 진행된다. 미제 살인, 실종 사건과 같은 특수한 에피소드들을 종종 다루는 타사 프로그램과 달리 PD 수첩은 현재 뉴스에 보도되고 있는 상황들을 심층 취재해 1시간 동안 풀어나가는 형식을 자주 사용한다. 마땅히 심층 취재가 필요한 주제를 시의성 있게 다룬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 알려진 내용들을 정리해서 보여주거나 약간의 살만 붙여 보여준다는 비판을 받을 때도 있다. 2019년 “CJ와 가짜 오디션”편 같은 경우 주제 자체가 큰 논란이 진행되고 있던 주제라 많은 관심을 얻은 특집이지만, 그 화제성에 비해 본 프로그램에서 새롭게 취재한 내용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PD 수첩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내용을 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올해로 PD수첩은 30주년을 맞았다. 명실상부 MBC의 장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PD 수첩은 지금이 순간에도 진실을 파헤치고 있으며, 화요일 밤 그 진실을 보도한다. 사회적인 관심이 꼭 필요한 주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주제, 또 직접 발굴해 세상에 알릴 주제 등, 탐사 보도 시사 프로그램이 끝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너무 많은 세상이다. PD 수첩은 큰 사회적 책임을 안고 검증된 콘텐츠로 시청자를 찾아가야 하며, 지금도 매주 생생한 보도를 전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