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3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자이 Jan 14. 2021

기획의 교과서 MBC, 신박함을 부탁해!



MBC 하면 생각나는 타이틀이 있다면 ‘예능 맛집’이다. 처음엔 단순히 <무한도전>의 강렬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무한도전>이 큰 기여를 했지만, MBC 예능의 위상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하나하나 쌓아 올린 공든 탑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신박한 예능 기획은 MBC 출신이 많았다. 하나하나 보자면 감히 MBC를 예능 기획의 교과서라고 부르고 싶어 진다. 



-“이런  한다고?”에서 원조 콘텐츠의 위엄 얻다.  <우리 결혼했어요> <진짜 사나이>


내가 초등학생 때지만 <우리 결혼했어요>가 처음 시작할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주 상관없는 두 연예인이 가상 결혼은 한다는 포맷이 당시에는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요즘 말로 ‘유교걸’인 나는 처음엔 “이런 걸 한다고?”라는 의아함을 가졌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토요일 저녁이면 <우리 결혼했어요>와 <무한도전>을 연달아 보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과가 되었다.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화제성이 좋았던 것은 물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출연자들이 얻는 인기도 대단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시즌1을 보던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되어 시즌4를 시청할 정도로 장수 프로그램의 위엄을 가졌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 리얼리티’라는 개념을 가장 성공적으로 런칭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시작과 동시에 또 비슷한 의아함을 자아낸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진짜 사나이>다. 우스갯소리로, 가장 싫어하는 종류의 인간이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를 주구장창 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 군대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니.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과연 내가 이 프로그램에 호감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먼저 나왔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알고 있다. 수많은 레전드 영상과 짤을 생성하고 시즌3까지 방영했다. 일종의 스타 등용문 예능 역할도 톡톡히 했다. <진짜 사나이>만이 낼 수 있는 웃음 코드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작년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가짜 사나이>의 전신이 <진짜 사나이>다. 유튜브나 인터넷 방송 등에서 아직 <우리 결혼했어요>의 ‘가상 결혼’ 포맷도 계속 활용 중이다. 시작은 다소 파격적인 기획이지만, 공중파 예능의 위엄을 보여주듯 ‘원조 콘텐츠의 위엄’을 뽐내게 되었다. 




-기획의 교과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 <복면가왕>


반면 간략하게 프로그램 소개만 들어도 벌써 참신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들도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개인 방송 포맷이 점점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 즈음 등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TV 방송’ 과 ‘인터넷 개인 방송’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플랫폼도, 출연 인물도, 시청자도 두 영역은 겹치는 부분이 없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과감하게 개인 방송 포맷을 공중파 방송에 끌고 왔다. 각 출연자들이 개인 채널을 꾸려 시청자 수 경쟁을 하는 형태로, 방영 시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는 ‘각 채널’들의 활약과 시청자들의 센스 있는 반응이 돋보이는 방송이 탄생했다. 쌍방향 미디어 시대에 이처럼 잘 만든 기획이 있을까. 


<복면가왕>도 시작과 동시에 흥행에 성공했다. 첫 시작인 명절 파일럿 방송부터 큰 화제를 모아 지금도 방영 중이다.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오직 가창력만으로 경쟁한다는 점은 이미 음악 경연 프로그램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다. 그리고 과연 이 복면가수가 누굴지 추측해보는 과정도 시청자들이 리모콘을 돌릴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외국에서도 포맷 구매가 줄을 잇는다고 하니, 이 기획이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예능 기획 교과서에 가장 먼저 넣어야 할 프로그램에 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복면가왕>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출연진으로 가능해출연자의 폭을 넓히다, <아빠어디가?>, <나는 가수다>

 

이 출연진으로, 이런 프로를 만든다고? 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한 프로그램들도 있다. 바로 <아빠! 어디가?>와 <나는 가수다>. 두 프로그램은 약간은 다른 의미로 같은 질문을 받았다.


 먼저 <아빠! 어디가?>는 연예인과 자녀가 함께 여행을 포맷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지금이야 <아빠! 어디가?>를 필두로 다양한 육아 예능이 나왔지만, 당시에는 아주 생소한 기획이었다. 육아 예능은 고사하고 연예인의 가족을 필두로 방송한다는 개념이 크게 자리 잡지 않았을 때다. 그래서인지 ‘연예인도 아니고 그 가족들이 나오는 걸 누가 보나’라는 의심을 가지고 시작한 프로그램일 테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는 큰 인기를 끌며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지금은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가족 관찰 예능의 문을 이 <아빠! 어디가?>가 열어주었다. 출연진의 스펙트럼을 대폭 넓힌 것에 큰 역할을 했다.


 한 편 <나는 가수다>는 ‘이렇게 대단한 가수들을 불러놓고 경쟁을 시켜도 되나?’라는 걱정 어린 시선을 받으며 시작했다. 이미 가왕 대접을 받고 있는 쟁쟁한 가수 7명을 모아 두고 순위를 매긴다. 게다가 꼴찌를 하면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해야 하는 서바이벌이다. 이미 많은 인정을 받은 가수들이 참여하기에 너무 가혹한 시스템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로 첫 방영 당시 등수에 따른 하차를 쉽사리 시키지 못해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기존 가수들이 경연을 한다는 설정의 프로그램을 <나는 가수다>가 파격적으로 시작했고, 결과는 역시 성공이었다. <나는 가수다>는 유명한 가수들의 무대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과 서바이벌 특유의 쫄깃함을 무기로 성공을 거두었다. 




-MBC, 계속해서 신박함을 부탁해!


 이처럼 MBC는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계속해서 제시해왔다. 가장 효자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나 혼자 산다>도 관찰 예능의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요즘 전체적인 예능계가 관찰 예능의 변형들이 난무한다. 관찰의 대상만 조금씩 다른 프로그램들을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다. 이제 또 기획의 왕 MBC가 나설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감히 말해본다. MBC, 새로운 신박함을 부탁해!

매거진의 이전글 드라마 속 나의 인생 남주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